'폭군의 셰프' 요리 경합에 숨겨진 암투
tvN ‘폭군의 셰프’가 후반부에 접어들며 로맨스와 권력 대립이 동시에 고조된다. 연지영과 왕 이헌은 수라간에서 요리와 마음을 나누며 관계가 깊어진다. ‘망운록’의 정체가 이헌의 일기임이 알게되고 두 사람의 운명적인 인연이 강조된다. 환관 우곤이 제산대군과 손잡고 무리한 조공을 강요하며 양국 요리 경합을 제안한다. 이헌은 연지영과 숙수들을 전면에 세워 맞불을 놓는다. 명나라 숙수 아비수의 도발에 연지영이 기상천외한 요리로 반격을 준비한다. 폭군의 세프는 매 회를 거듭하며 시청률 상승으로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 잡고 있다. 조선과 명 숙수들의 요리 경합속에도 위정자들의 암투가 숨어있다. 과거 궁중 연회속에 숨막히는 암투가 있었던 홍문연(鴻門宴)에 대해서 알아보자.

관중에 먼저 발을 들인 유방, 항우의 노여움을 사다
기원전 206년 가을, 진나라의 마지막 황제가 목을 매달며 천하통일의 꿈이 무너졌다. 하지만 진나라의 몰락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었다. 누가 이 거대한 땅의 주인이 될 것인가? 회왕은 명확한 약속을 했다. "관중(함양)에 먼저 들어가는 자가 그곳의 왕이 된다." 단순명료한 룰이었다. 하지만 이 게임에는 두 명의 강력한 플레이어가 있었다. 한쪽은 항우(項羽). 키 2미터가 넘는 거구에 천하무적의 무력을 자랑하는 귀족 출신의 영웅이었다.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 - 산도 뽑을 만한 힘과 세상을 덮을 기개를 가진 남자. 그의 군대는 20만 대군으로 천하에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다른 한쪽은 유방(劉邦). 평민 출신의 중년 사내로, 무력으로는 항우에 비할 바가 못 되었지만 뛰어난 정치적 감각과 인재를 끌어모으는 카리스마를 가졌다. 그의 군대는 겨우 10만이었지만, 기동력과 전략이 뛰어났다. 경주가 시작되자 예상과 다른 일이 벌어졌다. 거대한 주력군을 이끌던 항우는 조나라를 공격하느라 우회하게 되었고, 유방은 직진로를 택해 빠르게 관중으로 향했다. 마치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처럼, 느린 거북이가 앞서가기 시작한 것이다.
기원전 206년 10월, 유방이 먼저 함양성에 입성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항우는 분노로 치를 떨었다. 더 화가 났던 것은 유방의 행동이었다. 유방은 함양에 들어가자 곧바로 진왕궁을 봉쇄하고 군대를 성 밖에 주둔시켰다. 보물을 탐하지 않고 부녀자를 범하지 않으며 가혹한 진나라 법을 폐지하고 단순한 3개 조항만 남겼다. "살인하면 죽고, 상해하면 벌받고, 도둑질하면 처벌받는다."백성들은 환호했다. "유방 대왕 만세!" 이것이야말로 항우에게는 치명적인 한 방이었다. 무력으로 정복한 후 약탈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겼던 시대에, 유방은 전혀 다른 정치적 비전을 보여준 것이다. 항우는 참을 수 없었다. 이때 유방의 측근 조무상이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그는 항우에게 사자를 보내 이렇게 전했다. "유방이 말하기를, 자신이 관중왕이 되어 항우의 입관을 막겠다고 합니다." 이는 완전한 허위 보고였다. 유방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 말은 항우의 분노를 극한으로 끌어올렸다. "이제 정말 그 놈을 죽여버려야겠다!" 항우의 군사 범증이 나섰다. "지금이 기회입니다. 내일 새벽에 공격하여 유방군을 전멸시키십시오." 20만 vs 10만. 게다가 항우의 압도적 무력까지 더해지면 승부는 뻔해 보였다.
그런데 이때 뜻밖의 변수가 나타났다. 바로 항백(項伯), 항우의 숙부였다. 항백은 유방의 참모 장량과 과거 은혜를 주고받은 사이였다. 그는 몰래 장량을 찾아가 경고했다. "내일 새벽 항우가 공격할 것이니 빨리 도망치시오." 하지만 장량은 도망치지 않았다. 대신 유방에게 모든 것을 알리고, 치밀한 반격 전략을 세웠다. "항백을 통해 항우에게 직접 사과하고 해명하는 것이 어떨까요?" 유방은 즉시 항백을 찾아가 극진히 대접하며 말했다. "항우 대왕과 저 사이에 오해가 있었습니다. 저는 대왕의 도착을 기다리며 함양을 지켰을 뿐입니다. 내일 직접 찾아뵙고 사과드리겠습니다."항백은 유방의 진정성에 감동받았다. 그는 항우에게 돌아가 말했다. "유방이 관중을 지킨 것은 대왕을 위해서였습니다. 그를 공격하는 것은 의리에 어긋납니다." 항우는 고민에 빠졌다. 공격하자니 숙부의 말도 일리가 있고, 그냥 두자니 분이 풀리지 않았다. 결국 그는 절충안을 택했다. "좋다. 내일 홍문에서 연회를 열어 유방을 불러보자." 이렇게 해서 중국 역사상 가장 긴장감 넘치는 만찬이 시작되었다.
홍문연에서 죽을 뻔한 한고조 유방
기원전 206년 12월, 홍문(鴻門)의 아침은 을씨년스러웠다. 항우의 대장막 앞에는 검은 깃발들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 20만 대군의 살기가 하늘을 찌를 듯했다. 유방은 장량, 번쾌, 번금 등 100여 명의 호위병만을 데리고 홍문으로 향했다. 그의 심정은 어땠을까? 사자굴로 걸어 들어가는 심정이었을 것이다. 연회장에 들어선 유방을 맞이한 것은 차가운 시선들이었다. 항우는 동쪽 상석에 앉았고, 유방은 북쪽에 앉았다. 범증은 남쪽에, 장량은 서쪽에 자리했다.
마치 사면초가의 바둑판 같았다.연회가 시작되었지만 분위기는 싸늘했다. 술이 돌아도 대화는 어색하기만 했다. 범증은 계속해서 항우에게 눈짓을 보냈다. '지금이다. 지금 저 놈을 죽여라!'하지만 항우는 망설였다. 연회에서 손님을 죽이는 것은 의리에 어긋났다. 범증은 답답했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 그는 몰래 자리를 뜨더니 항장(項莊)을 불렀다. 항장은 항우의 사촌동생으로, 검술 실력이 뛰어났다." 항장, 들어가서 검무를 청해라. 검무 도중에 유방을 찌르는 것이다.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마라."항장이 연회장으로 들어와 말했다. "오늘 이렇게 즐거운 자리인데, 검무 한 번 춰서 흥을 돋우는 것이 어떨까요?" 항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마음껏 춰보라."항장이 검을 뽑자 연회장의 분위기가 급변했다. 번쩍이는 칼날이 촛불에 반사되어 섬뜩한 그림자를 만들었다. 유방은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했다.항장의 검무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것은 검무가 아니었다. 그는 점점 유방 쪽으로 다가가며 검을 휘둘렀다. 유방을 겨냥한 것이 분명했다.이때 항백이 벌떡 일어났다. "나도 함께 춰보겠다!" 그는 검을 뽑아 들고 항장과 함께 춤을 추기 시작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유방을 보호하기 위해 몸으로 막고 있었다.한편 장량은 급히 자리를 뜨더니 밖에 있던 번쾌를 불렀다." 큰일 났다! 항장이 검무를 핑계로 주공을 죽이려고 한다!" 번쾌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번쾌는 방패를 들고 검을 차고 연회장 입구로 향했다. 경비병들이 막으려 했지만, 번쾌는 거대한 체구로 그들을 밀어붙이고 연회장으로 들이닥쳤다. 연회장이 순간 조용해졌다. 갑옷을 입은 번쾌가 머리카락을 곤두세우고 눈을 부릅뜨며 항우를 노려보고 있었다.항우도 놀랐다. "저 자는 누구냐?""유방의 수행 호위관 번쾌입니다." 번쾌는 주춤 들이킨 술을 한 번에 마셔버렸다. 항우가 또 말했다. "고기도 주어라." 번쾌는 생 돼지다리를 칼로 썰어 먹으면서 호통을 쳤다." 옛날 진왕은 호랑이와 늑대 같은 마음을 가져 사람을 죽이기를 돌 던지듯 했습니다! 천하 사람들이 모두 반역했지요! 회왕께서 장군들과 약속하시기를, 먼저 관중에 들어가는 자가 그곳의 왕이 된다고 하셨습니다. 지금 우리 패공이 먼저 들어가 관중을 평정했건만, 털끝 하나도 감히 가지지 않고 궁전을 봉쇄하여 대왕을 기다렸습니다. 이런 공로에 대해 상은 주지 않을망정, 소인의 말을 믿고 패공을 죽이려 하니 이것이 망한 진나라와 다를 바 무엇입니까!"항우는 할 말이 없었다. 번쾌의 말이 옳았기 때문이다.
이때 유방이 재빨리 일어났다. "화장실에 좀 가보겠습니다." 유방은 번쾌와 함께 연회장을 나왔다. 하지만 화장실로 간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몰래 뒷문으로 빠져나가 말을 타고 도망쳤다. 한참 후 항우가 물었다. "패공은 어디 갔느냐?"장량이 대답했다. "패공께서 술이 약하셔서 먼저 돌아가셨습니다. 저에게 이것을 전해달라고 하셨습니다." 장량은 백벽 한 쌍과 옥두 하나를 꺼냈다. "백벽은 대왕께, 옥두는 범증 장군께 드리라고 하셨습니다." 항우는 백벽을 받았지만, 범증은 옥두를 받자마자 땅에 던져 박살을 냈다."아! 이 어린 놈과는 함께 큰일을 도모할 수 없구나! 유방을 잡을 기회를 놓쳤으니 훗날 우리를 사로잡을 자는 바로 유방일 것이다!" 범증의 예언은 정확했다. 4년 후, 항우는 해하(垓下)에서 유방에게 최후의 패배를 당하고 오강에서 자결했다. 홍문연에서 놓친 한 번의 기회가 천하의 운명을 바꾼 것이다. 그날 밤 유방이 무사히 진영으로 돌아왔을 때, 그의 심정은 어땠을까? 아마도 "죽다 살아났다"는 말이 딱 맞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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