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구금된 한국 근로자들
트럼프 대통령이 “숙련된 외국 전문가가 미국 근로자를 교육하는 일은 필요하다”면서도 불법 체류 단속을 집행한 이민세관단속국(ICE)의 조치는 정당하다고 밝혔다. 그는 조지아주 사례를 언급하며 기술 이전용 합법 체류는 허용하되 불법 체류는 단속한다는 이중 기조를 재확인했다. 이전에 “불법 체류자”라며 단속을 일축하던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섰다. 한미 관계 악화 전망에 대해 그는 “한국과 매우 좋은 관계”라며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전했다. 외신들은 한국의 대미 대규모 투자 발표 직후 자동차 공장 관련 급습이 있었던 점을 들어 투자 불확실성을 키웠다고 비판했다.
구금된 한국인 근로자들은 즉시 추방(향후 5년 입국 제한)과 구금 상태 재판 선택지 중 하나를 제시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자진출국 형식 귀국을 협의 중이며, 그 경우 향후 비자·입국 심사 불이익이 뒤따를 수 있다고 안내하다. 워싱턴 총영사는 이르면 10일 구금된 한국 근로자들이 전세기로 귀국 가능성을 전망했다. 이번 사안은 기술이전 목적의 합법 인력 수요와 불법 체류 단속 간 정책 충돌로 발생했다. 고대역사에도 이와 같은 사례가 있었다. 미국이 이중적 태도의 의도를 알아보자.

로마 그리스 기술자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다
기원전 3세기, 로마가 그리스 세계를 정복하며 벌어진 일은 마치 현대의 '브레인 드레인' 현상과 닮아있었다. 찬란한 그리스 도시들이 로마 군단 앞에 무너지자, 그곳의 지식인들은 하루아침에 전쟁포로나 노예가 되었다. 하지만 로마인들은 곧 깨달았다. 이들이 단순한 노예가 아니라는 사실을 았다. 리비우스 안드로니쿠스가 대표적인 예다. 그는 그리스 출신 노예에서 해방인이 되어 로마 최초의 라틴어 문학작품을 창작했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를 라틴어로 번역하며 로마 문학의 아버지가 된 것이다.
로마 귀족들은 이런 그리스 교사들에게 자녀를 맡기며 그리스어를 배우고, 그리스식 교육을 받게 했다. 로마의 교육 시스템은 그리스 모델을 그대로 이식했다. 문법학교에서 수사학교까지, 그리스 교육과정이 로마 엘리트 양성의 표준이 되었다. 심지어 로마 상류층 자제들은 그리스어를 모국어처럼 구사하는 것을 자랑으로 여겼다. 마치 현대 한국의 부모들이 자녀에게 영어교육을 시키는 것과 같은 열정이었다. 그리스 기술자들도 환영받았다. 건축, 조각, 회화, 의학 등 모든 분야에서 그리스인들의 솜씨는 로마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 로마는 정복자였지만, 문화적으로는 그리스의 제자가 되기를 자처했다. 호라티우스가 "정복당한 그리스가 거친 정복자를 사로잡았다"고 말한 것이 바로 이 상황을 정확히 표현한 것이다.
그리스 장인 추방령을 주기적으로 시행한 로마
하지만 로마인들의 그리스 사랑은 언제나 조건부였다. 기원전 161년, 원로원은 갑자기 철학자들에게 추방령을 내렸다. 24년 후인 기원전 139년에는 철학자와 함께 점성가들까지 추방 대상이 되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로마인들은 그리스 철학자들이 단순히 지식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로마의 전통적 가치관을 흔든다고 보았다. 특히 에피쿠로스 학파의 쾌락주의나 스토아 학파의 개인주의적 사상은 로마의 공동체 중심 문화와 충돌했다. 젊은 로마인들이 철학에 빠져 정치와 군사에 소홀해지는 것도 우려 사항이었다. 점성가들의 경우는 더욱 심각했다. 그들이 예언하는 미래는 때로는 정치적 불안을 조성했다. "황제가 위험하다"거나 "공화정이 끝날 것이다"라는 예언은 민심을 흔들고 정치적 음모의 빌미가 되기 쉬웠다. 로마 정치인들에게 점성가는 현대의 가짜뉴스 유포자와 같은 존재였던 셈이다. 재미있는 것은 추방령이 내려져도 완전한 추방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보통 며칠이나 몇 달 후면 슬그머니 돌아왔고, 로마인들도 이를 묵인했다. 마치 "한 번 겁을 주면 되겠지"라는 식이었다. 실제로 많은 로마 귀족들이 개인적으로는 그리스 철학자들과 교류를 계속했고, 키케로 같은 인물은 공개적으로 그리스 철학을 옹호하기도 했다.로마의 이중적 태도는 로마인들의 실용주의를 잘 보여준다. 기술과 교육은 받아들이되, 사상과 종교는 통제한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그리스 문화의 '하드웨어'는 원했지만, '소프트웨어'에는 경계심을 품었다. 결국 로마 공화정의 그리스 인력 정책은 문화적 개방과 정치적 통제 사이의 줄타기였다. 그들은 그리스 문명의 혜택을 누리면서도 로마적 정체성을 지키려 했고, 이 과정에서 끊임없는 갈등과 타협을 반복했다. 이는 오늘날 미국이 숙련된 외국인 노동자를 대하는 정책과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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