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권력을 위해 영생을 꿈꾸는 두 정상
중국 전승절 열병식 날 톈안문 망루에서 시진핑과 푸틴의 사담이 ‘핫 마이크’로 노출되었다. 두 정상은 이번 세기 안에 인간이 150세까지 살 수 있다는 장수·생명공학 가능성을 언급했다. 푸틴은 장기이식·생명공학 발전을 통해 “더 젊게 살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 장면을 중국 관영 CCTV가 제공한 영상을 로이터가 4분 편집본으로 전 세계에 배포했다.
중국 측은 편집 왜곡을 이유로 삭제를 요구했고, 로이터는 삭제에는 응했으나 보도의 신뢰성은 옹호했다. 공개 이후 장기 집권 비판을 받는 두 정상이 ‘노화 기술’에 관심을 보였다는 해석이 확산되었다. 시진핑은 3연임, 푸틴은 5연임 체제를 유지하며 사실상 종신 권력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두 정상의 사담이 영생을 꿈꾸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절대 권력을 가진 두 권력자에게 영생은 어쩌면 필수조건일지도 모른다. 명나라 가정제는 황제로서 절대권력을 누리기 위해 영원히 살고자 했다. 그는 어떤 방식으로 영생을 유지하려 했는지 알아보자.

가정제 아버지 호칭 문제로 정사 멀리하다
1521년, 15세의 주후총이 명나라 11대 황제 가정제로 즉위했다. 그 누구도 이 젊은 황제가 중국 역사상 가장 기괴한 집착을 보여줄 인물이 될 줄은 몰랐다. 그의 첫 번째 집착은 바로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상황에서 시작되었다. 가정제는 정덕제의 사촌동생으로 황위를 계승했는데, 예법에 따르면 정덕제의 아버지인 홍치제를 아버지로, 자신의 생부 흥헌왕을 숙부로 불러야 했다. 하지만 가정제는 "내 친아버지를 숙부라 부를 수 없다!"며 완강히 거부했다. 이것이 바로 '대례의(大禮議)' 논쟁이다. 신하들은 "황제폐하, 예법이 그렇습니다"라며 간곡히 설득했지만, 가정제는 듣지 않았다.
심지어 반대하는 신하들을 감옥에 가두고 매질을 가해 17명이 죽을 정도로 고집을 부렸다. 현대로 치면 입양된 자녀가 양아버지를 친아버지로 부르라는 요구를 거부하며 온 가족과 싸우는 격이었다. 결국 가정제는 자신의 친아버지를 '흥헌제'로 추존하며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조정의 핵심 인재들이 대거 숙청되거나 떠났고, 가정제 자신도 정사에 점점 흥미를 잃기 시작했다. 마치 "너희들이 내 마음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나도 너희들과는 일하지 않겠다"는 식이었다. 20여 년간 이어진 이 논쟁으로 가정제는 궁중 깊숙이 은거하며 신하들과의 소통을 거의 끊었다. 황제가 정무를 소홀히 하니 자연히 국정은 혼란해졌고, 부패가 만연해졌다. 가정제의 고집이 명나라 쇠퇴의 첫 번째 방아쇠가 된 셈이다.
불로장생을 꿈꾼 가정제의 기괴한 행동
정사에서 멀어진 가정제가 새롭게 빠져든 것은 도교와 연단술이었다. 40대에 접어들면서 그의 불로장생에 대한 집착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는 궁중에 '연단방'을 설치하고 수백 명의 도사와 의술가, 그리고 수천 명의 궁녀를 동원해 '영생의 약'을 만들기 시작했다. 가정제가 믿었던 연단의 핵심 재료는 충격적이었다. 수은과 비소 같은 중금속은 물론이고, 어린 궁녀들의 월경혈까지 포함되었다. 현대 의학으로 보면 이는 천천히 자살하는 것과 다름없었지만, 가정제는 이를 '신선의 약'이라 믿었다. 더욱 끔찍한 것은 궁녀들의 처지였다. 그들은 궁에 감금된 채 연단 재료 제공을 위해 혹독한 관리를 받았다. 특정 시기에 특정 상태를 유지해야 했고, 조금이라도 기준에 맞지 않으면 가혹한 처벌이 따랐다.
이런 극한 상황은 결국 1542년 '임인궁변'으로 폭발했다. 견디다 못한 궁녀들이 잠든 가정제를 끈으로 목 졸라 죽이려 한 것이다. 다행히 황후의 신고로 미수에 그쳤지만, 연루된 궁녀 200여 명이 처형당했다. 가정제의 수은 중독 증상은 점점 심해졌다. 성격이 더욱 포악해지고 의심이 많아졌으며, 심지어 황후마저 단약 복용을 거부한다는 이유로 폐출시켰다. 그의 정신상태는 이미 정상 범주를 벗어나 있었다. 45년간의 재위 기간 중 후반 20여 년을 연단에 빠져 살던 가정제는 결국 1567년 60세로 세상을 떠났다. 아이러니하게도 '불로장생'을 꿈꾸며 복용한 독성 단약이 그의 수명을 단축시킨 것이다. 그의 죽음과 함께 명나라는 회복 불가능한 쇠퇴의 길로 접어들었고, 결국 100년 후 청나라에 멸망당하는 운명을 맞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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