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범죄조직의 사기 수단을 더 교묘하게 만드는 도구가 되다
동남아 기반 범죄조직이 생성형 AI 챗GPT를 활용해 ‘돼지 도살’ 방식의 투자·로맨스 사기를 대규모로 벌이고 있다. 케냐인 피해자 오킨도가 ‘고객 서비스’ 채용을 믿고 방콕에 갔다가 납치돼 미얀마·태국 국경 ‘KK 단지’에서 강제 노동을 당했다. 그는 부동산 중개인 정보를 긁어모아 ‘부유한 투자자’로 속이고 조직이 만든 가짜 가상화폐 거래소로 유도하는 메시지를 챗GPT로 작성했다. 챗GPT는 지역 사투리와 전문용어 답변까지 제공해 설득력을 높였고 재피해자까지 속이는 데 악용되었다. 할당량을 못 채우면 폭행과 전기고문이 가해졌고, 태국 정부의 전력 차단 이후 4개월 만에 탈출했다. 미얀마 현지 남성들도 로맨스 스캠에 강제 동원되었으며, 챗GPT의 문체가 신뢰를 높아 속았다는 증언을 했다. 범죄조직은 무료 버전 챗GPT만으로도 메시지 생산성과 정교함을 끌어올려 피해 범위를 넓혔다. 사건은 온라인 사기와 인신매매가 결합해 AI로 스케일업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오픈AI는 오용 적발·차단을 위해 감시에 나서고 있다고 해명했다.

조선의 경제 활성화에 이바지 한 화폐 상평통보
조선시대 화폐사에서 상평통보의 등장은 획기적인 전환점이었다. 1678년(숙종 4년) 본격적인 유통이 시작된 상평통보는 조선 후기 상품화폐경제의 발달을 이끈 핵심 동력이었으며, 그 이전까지 물물교환과 쌀, 베 등 현물화폐에 의존하던 조선의 경제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상평통보 이전의 조선 경제는 발전이 더뎠다. 세종 시대에 조선통보가 발행되었지만 민간의 거부감과 유통 체계의 미비로 실패했고, 이후 200여 년간 조선은 제대로 된 화폐 없이 현물 중심의 경제를 유지해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쌀이나 베와 같은 현물 화폐는 보관과 운반이 어렵고, 소액 거래에 부적합하며, 분할이 불가능하다는 근본적 한계가 있었다. 상평통보의 도입은 이러한 한계를 단숨에 극복했다. 구리로 제작된 이 동전은 휴대가 간편하고 분할이 가능했으며, 표준화된 중량과 순도로 거래의 신뢰성을 확보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화폐 정책을 추진했다는 점이다. 숙종은 관청의 급료 지급과 세금 납부에 상평통보 사용을 의무화했고, 각종 공공사업과 관료들의 봉급을 동전으로 지급함으로써 강제 유통을 도모했다. 상평통보의 경제적 파급 효과는 즉시 나타났다. 우선 소규모 상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이전에는 현물의 최소 단위 때문에 불가능했던 자잘한 일상 용품의 거래가 가능해져 이는 시장의 확대와 상업 발전으로 이어졌다. 특히 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상점과 시전이 급속히 증가했고, 행상과 보부상들의 활동 반경도 크게 넓어졌다. 농촌 경제에도 큰 변화가 일어났다. 농민들은 잉여 농산물을 화폐로 교환할 수 있게 되면서 상품 생산에 대한 동기가 높아졌고, 이는 농업 생산성 향상과 특화 작물 재배 확산으로 이어졌다.
또한 화폐 경제의 침투로 지주들도 현물 대신 화폐로 소작료를 받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농촌의 상업화가 가속화되었다. 수공업 분야에서도 상평통보는 혁신적 변화를 가져왔다. 장인들은 주문 생산 방식에서 시장 판매를 목적으로 한 상품 생산으로 전환할 수 있게 되었고, 이는 기술 발전과 품질 향상의 동력이 되었다. 특히 도자기, 금속 공예, 직물 등의 분야에서 전문화된 장인 집단이 형성되고 길드와 같은 조직이 발달하기 시작했다. 상평통보는 또한 지역 간 교역을 크게 촉진했다. 표준화된 화폐의 존재로 서울과 지방, 그리고 지방 간의 거래가 원활해졌고, 이는 전국적인 상품 유통망 형성의 기초가 되었다. 특히 한강과 대동강을 중심으로 한 수운업이 발달하면서 대규모 상품 교역이 가능해졌고, 이는 조선 후기 상업 자본의 축적으로 이어졌다.

화폐의 가치를 인정 받은 상평통보 위폐도 늘다
상평통보의 성공은 역설적으로 그 자체의 위험을 낳았다. 화폐로서의 가치와 신뢰도가 높아질수록 이를 악용하려는 위조범들의 시도도 증가했기 때문이다. 숙종 1년(1675년) 상평통보 유통이 본격화되면서부터 위폐 제조 사건이 급격히 늘어났고, 이는 조선 정부에게 예상치 못한 심각한 도전이 되었다. 위폐 제조의 동기는 명확했다. 상평통보의 액면가치와 실제 구리 가격 사이의 차이, 즉 주조차익(seigniorage)이 상당했기 때문에 위조를 통한 이익이 매우 컸다. 위조범들은 정품보다 구리 함량을 낮추고 납이나 다른 저가 금속을 섞어 제조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액면가치는 그대로 유지할 수 있었다. 이러한 경제적 유인은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위조에 뛰어드는 사람들을 지속적으로 양산했다. 위폐 제조는 점차 조직화되고 체계화되었다. 초기에는 개인적 차원의 소규모 위조에 그쳤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전문적인 기술자, 자금 제공자, 유통업자들이 연결된 대규모 범죄 조직이 형성되었다.
특히 고성의 동굴에서 발견된 위폐 주조장 사건은 이들이 얼마나 치밀하고 조직적으로 활동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이들은 정부의 단속을 피해 은밀한 장소에 제조 시설을 설치했고, 완성된 위폐를 전국 각지로 유통시키는 정교한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정부의 대응은 초기에는 다소 미온적이었지만, 위폐의 폐해가 심각해지면서 점차 강화되었다. 숙종은 위폐 제조의 주모자들에게 교수형을 선고했고, 제작 담당자와 공범들에게도 유배, 징역 등의 중형을 내렸다. 특히 위폐 범죄가 단순한 개인 범죄가 아니라 국가 경제 질서를 위협하는 중대 사안으로 인식되면서, 관련자들에 대한 처벌이 더욱 가혹해졌다. 공범 여부나 관련 정도에 관계없이 사형을 포함한 무거운 형벌이 적용되었고, 이는 위조 범죄에 대한 정부의 강한 의지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엄벌주의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위조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워낙 컸기 때문에 목숨을 걸고 범행에 나서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정부는 기술적 대응책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주전소별로 고유한 표식을 부여하고, 주조 담당자들의 명부를 작성하여 관리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또한 위폐 감별법을 개발하여 민간에 보급했고, 정품과 위품을 구별할 수 있는 세부 기준을 마련했다. 위폐 문제는 경제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 시장에 품질이 떨어지는 위폐가 대량으로 유통되면서 화폐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하락했다. 상인들은 거래할 때마다 동전의 진위를 확인해야 했고, 이는 거래 비용 증가와 상거래 위축으로 이어졌다.
또한 위폐의 구리 함량이 낮아 실제 가치가 액면가보다 떨어지면서 화폐 가치의 혼란이 발생했고, 이는 물가 불안정과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했다. 위폐 문제는 상평통보 제도 전체의 존립을 위협할 정도로 심각해졌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는 상평통보가 그만큼 경제적으로 중요하고 가치 있는 화폐로 인정받았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만약 상평통보가 경제적 가치가 낮거나 유용성이 떨어지는 화폐였다면 위조할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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