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선의원 초선의원에게 권위의식 찬 발언하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법사위 회의에서 야당·일부 야당 초선의원들에게 “초선은 가만히 앉아 있어”라고 발언해 논란이 을 키웠다. 같은 당 소속 초선 의원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상황상 항의는 가능하지만 표현은 부적절했다”고 공개 비판했다. 그는 “경험이 답은 아니며, 초선이 44명인 국민의 힘 입장에서 발언은 과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최고위원 신동욱 의원은 “맥락을 보면 박은정 의원의 모욕적 발언이 먼저였다”며 나 의원을 두둔했지만 “표현 자체는 적절치 않다”고 선을 그었다. 야당 3당(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은 나 의원 징계요구안을 제출하며 공세를 높였다. 당 내부에서도 “중진의 과한 언행”이라는 자정성 비판과 “격한 상황의 우발적 항의”라는 옹호가 엇갈렸다.
국회의원은 국민이 뽑은 대표이기에 초선이든 다선이든 동등한 자격을 갖는다. 이 사건은 한 중진의원이 국민의 대표인 초선의원을 대하는 자세가 어떠한지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고대 아테네에서도 발언권에 대하여 동등한 자격을 가진다고 했으나, 현실은 정치적 연륜과 영향력이 큰 인물들에게 큰 비중을 가지고 있어 논란이 되었다.

이세고리아를 추구한 아테네 정치
고대 아테네가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민주주의 실험으로 불리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세고리아(isegoria)'라는 혁신적 개념 때문이다. 이세고리아란 '동등한 발언권'이라는 뜻으로, 모든 시민이 민회에서 제한 없이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당시 아테네의 민회(에클레시아)는 말 그대로 시민들의 광장이었다. 아고라에 모인 수천 명의 시민들이 직접 국가의 중요한 정책을 토론하고 결정했다. 왕이나 귀족이 일방적으로 명령을 내리던 다른 나라들과 달리, 아테네에서는 평범한 농민도, 수공업자도, 심지어 가난한 시민도 손을 들고 일어나 자신의 의견을 당당히 말할 수 있었다.
이는 당시로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혁명적인 발상이었다. 신분이나 재산, 나이에 관계없이 모든 시민이 동등한 발언권을 갖는다는 것은 기존의 모든 정치 질서를 뒤흔드는 급진적 아이디어였다. 아테네 사람들은 이 이세고리아야말로 자신들의 민주주의를 다른 도시국가들과 구별 짓는 핵심 가치라고 자부했다. 이론적으로는 완벽했다. 시민 한 명 한 명이 국가의 주인이고, 누구든지 정당한 의견이 있다면 민회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이보다 더 평등하고 민주적인 제도가 있을까? 아테네는 이세고리아를 통해 진정한 시민 주권을 실현하려 했다.

아테네 정치판 이상과 현실은 달랐다
현실은 이론만큼 아름답지 않았다. 민회에 발을 들여놓은 순간, 이세고리아의 이상은 냉혹한 정치 현실과 마주쳐야 했다.실제 민회에서 진짜 발언권을 쥐고 있는 것은 소수의 노련한 정치가들이었다. 이들은 오랜 경험과 뛰어난 웅변술, 그리고 무엇보다 강력한 정치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민회를 실질적으로 지배했다. 페리클레스 같은 거물급 정치가가 연단에 오르면 수천 명의 시민들이 숨죽이며 경청했지만, 이름 없는 신참 연설가가 일어서면 분위기는 완전히 달랐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기성 정치가들이 노골적으로 신진 세력의 입을 막으려 한다는 점이었다.
젊은 연설가가 기존의 정책에 이의를 제기하려 하면, 노장 정치인들은 온갖 방법을 동원해 그를 제압했다. "경험 부족한 젊은이가 무슨 국정을 안다고 나서느냐"는 식의 나이 차별부터, "검증되지 않은 자의 말을 믿을 수 있느냐"는 신뢰성 공격까지 동원되었다. 심지어 민회의 분위기 자체가 기존 권력층에게 유리하게 짜여 있었다. 연설 순서를 정하는 것부터 발언 시간을 배분하는 것까지, 모든 것이 암묵적으로 서열에 따라 결정되었다. 이론상으론 모든 시민이 평등한 발언권을 가졌지만, 실제로는 '먼저 말할 권리', '더 오래 말할 권리', '방해받지 않고 말할 권리' 등이 엄연히 존재했던 것이다.
결국 아테네 민회는 이세고리아라는 아름다운 이상과 권력 투쟁이라는 현실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했다. 모든 시민이 평등하다고 선언했지만, 정작 민회에서는 누가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느냐를 두고 치열한 다툼이 벌어졌다. 이는 민주주의가 제도만으론 완성되지 않으며, 실제 운영에서 얼마나 많은 모순과 갈등을 안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였다.
| 청랑이 추천하는 다른 글을 읽고 싶다면 클릭하세요! |
정치인이 기본으로 갖춰야 하는 것은? : 청랑
모든 일의 시작이 되는 성실함공자는 "거지무권(居之無倦)"이라는 구절을 통해, 정치에 종사하는 사람은 게으르지 않고 항상 성실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근면은 지성에 머물러 있는 일을 신속하
jwsbooks.com
'청랑 세상 식견 > 청랑 이슈 식견'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미국 한국인 구금 사태, 로마의 그리스 기술자 추방령이 떠오른다 (0) | 2025.09.09 |
|---|---|
| 이준석 안철수 관계 리셋, 로마 카이사르와 폼페이우스의 재현? (0) | 2025.09.08 |
| SCO 공동선언문에 없는 우크라이나, 외교 문서의 모호성이 남긴 교훈 (0) | 2025.09.05 |
| 카공족을 두고 갈라지는 카페 전략, 로마 목욕탕에서 배우는 공간의 운명 (0) | 2025.09.01 |
| 배터리 내재화 중단한 포르쉐, 역사 속 금나라 전략에서 찾은 시사점 (0) | 2025.08.2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