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 아파트 벌써부터 균열이 가다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 아파트 3단지 34층 복도 벽면에서 수평 균열이 발견돼 현대건설이 정밀안전진단에 착수하기로 했다. 입주민이 소셜미디어에 게시한 균열 사진은 순식간에 확산됐고, 현대건설은 우선 유리창 인접 부위에 퍼티 보수작업을 실시했다. 입주자대표회의는 균열 위치·원인·V-커팅 보수 방식의 타당성·재발 방지 대책·유사 사례 전수조사 여부를 공식 질의했다. 강동구청은 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 등 공동 시공사 전체에 전수조사를 요청할 계획이다.
올림픽파크포레온은 둔촌주공 재건축으로 조성된 총 1만2000가구 규모 단지로, 2024년 11월부터 순차 입주가 시작됐다. 이 단지는 공사비가 3조2300억원에서 4조3700억원으로 증액되고 공사 기간이 42개월에서 58.5개월로 연장된 이력이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전문업체 선정을 마친 뒤 최대한 신속히 안전진단을 실시해 원인을 규명하고 후속 조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도시 과밀화와 부동산시장 과열로 급하게 지어진 아파트들이 하나씩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오늘날의 아파트 균열 문제는 과연 현대만의 일일까? 고대 로마도 도시 과밀과 부실 공사로 건물 붕괴가 일상이었고, 황제까지 나서야 했다.

2천 년 전 로마의 부실 공사
2세기 로마 시민들의 하루는 스릴 넘치는 모험이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서부터 "오늘도 우리 집이 무너지지 않기를"이라고 기도해야 했다. 인술라라고 불리던 다층 아파트는 말 그대로 붕괴의 시한폭탄이었다. 로마의 급속한 성장은 도시 팽창으로 집값이 치솟았다. 건축업자들은 돈벌이에 눈이 멀어 마치 레고 블록 쌓듯 건물을 올렸다. 기초는 부실하게, 벽은 얇게, 재료는 아껴가면서 말이다. 그러다 보니 6~7층짜리 건물이 바람만 불어도 흔들리고, 사람들이 계단을 조금만 세게 밟아도 벽에 금이 갔다.풍자시인 유베날리스가 "집 밖으로 나갈 때마다 유언장을 써야겠다"고 푸념했을 정도니, 당시 로마인들의 집 걱정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짐작이 간다.
특히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높은 층일수록 더 위험했는데, 무거운 하중을 견디지 못한 건물이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는 일이 일상다반사였다. 화재라도 나면 더 큰 재앙이었다. 좁은 계단과 얇은 목재 구조 때문에 불이 번지는 속도가 엄청났고, 높은 층에 사는 사람들은 피할 곳이 없어 속수무책이었다. 로마 시민들에게 집은 안식처가 아니라 매일매일 생존을 걸고 버텨야 하는 전쟁터나 다름없었던 셈이다.

황제도 나서야 했던 로마판 건축 안전법
이런 막장 상황이 계속되자 로마 정부도 더 이상 손을 놓고 있을 수 없었다. 아무리 로마가 넓은 세계를 다스리는 제국이라지만, 수도 한복판에서 건물이 수시로 무너져 내리면서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아우구스투스 황제가 첫 번째로 칼을 뽑았다. 인술라의 높이를 20~21미터, 즉 6~7층으로 제한하는 건축법을 만든 것이다. "더 이상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리지 마라"는 황제의 엄명이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건축업자들이 제한된 높이 안에서도 여전히 부실하게 짓는 바람에 사고는 계속 발생했다. 그래서 트라야누스 황제는 아예 높이 제한을 17미터로 더 낮췄다. 현대로 치면 5~6층 정도의 높이다.
동시에 시의 행정관인 아에딜레스에게 특별 임무를 맡겼다. 이들은 마치 현대의 건축 감리관처럼 화재 위험성, 구조물 안전성, 심지어 도로 접근성까지 꼼꼼히 점검했다.허가 과정도 훨씬 까다로워졌다. 예전에는 대충 서류만 내면 허가가 났지만, 이제는 현장에 직접 나가서 기초 공사부터 벽돌 하나하나까지 검사했다. 부실 공사가 적발되면 즉시 보수 명령을 내렸고, 심각한 경우에는 아예 철거하거나 무거운 벌금을 물렸다. 로마 관료들은 나름대로 경험과 상식을 동원해서 위험한 건물을 골라내려고 노력했다. 벽에 금이 가거나 기둥이 기울어진 건물은 물론이고, 이상하게 흔들리거나 소음이 나는 건물까지 세심하게 관찰했다.
결국 로마 정부의 이런 노력 덕분에 인술라의 안전성은 상당히 개선되었다.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상황에서는 벗어날 수 있었다. 2천 년 전 로마 황제들도 시민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강력한 규제를 마다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오늘날 우리가 배울 점이 많다고 할 수 있다.
반복되는 부실 공사, 과연 시스템은 무엇을 개선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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