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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랑 세상 식견/청랑 이슈 식견

국민의힘 대변인 장애인 비하 발언, 트럼프식 도그-휘슬 정치?

by JWS 2025. 12. 8.

국민의 힘 대변인 같은 당 소속 장애인 의원 비하다

국민의힘 박민영 미디어대변인이 시각장애인 김예지 의원을 겨냥해 “장애인을 너무 많이 할당했다”, “에스코트용 액세서리” 등 비하성 발언을 해 후폭풍이 확산되고 있다. 해당 발언은 보수 성향 유튜브 방송에서 나왔으며, 방송 내 욕설·저급 표현이 다수 포함돼 여권 내부에서도 “문명사회에서 용인 불가”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친한계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장애인과 당에 대한 모욕”이라며 당 차원의 강경 조치를 촉구했다. 시사평론가들은 “증오의 감정이 정치화됐다”며 장애인 의석 ‘과다 할당’ 주장도 통계적·대표성 측면에서 설득력이 약하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일단 박 대변인에게 “엄중 경고” 조치로 사태를 진화하려는 분위기다. 박 대변인은 이후에도 “한동훈 재기 불가” 등 공세를 이어가며 자신의 논리를 재확인해 논란을 키웠다. 김예지 의원의 탄핵·특검 표결 등을 둘러싼 당내 갈등과 결합해 계파 대립 양상도 부각되고 있다. 여권 일각에선 혐오·차별 표현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재발 방지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야권과 시민사회는 공식 사과·징계 및 장애인 대표성 훼손에 대한 책임을 요구했다. 이 방식은 미국에서는 Dog-whistle(도그 휘슬) 이라 부르며 교묘하게 편을 갈라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는 방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방식을 이용해 유권자의 지지를 얻었다.

(좌)국민의힘 박민영 대변인 (우) 같은당 소속 시각장애인 김예지 의원


선거전략으로 사용되는 Dog-whistle

정치 무대에서 가장 교묘한 무기 중 하나는 귀에 들리지 않는 신호다. 'Dog-whistle(도그 휘슬)'이라 불리는 이 전략은 마치 개만 들을 수 있는 고주파 소리처럼, 특정 집단에게만 의미가 전달되는 암호화된 정치 언어를 의미한다.표면적으로는 평범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인종, 종교, 이민자에 대한 편견과 비하가 교묘하게 숨어 있다. 정치인은 직접적인 차별 언어를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아는 사람'에게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이것이 dog-whistle의 핵심적인 기능이다. 이 전략의 가장 큰 장점은 부인 가능성이다. 논란이 되면 언제든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 "진의가 곡해됐다"고 발뺌할 수 있도록 애초에 설계되어 있다. 명시적으로 차별하지 않았기 때문에 법적·도덕적 책임에서 벗어날 여지를 남겨둔다. Dog-whistle이 효과를 발휘하는 이유는 불안과 소외감을 가진 유권자들에게 강력한 결집 신호가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당신들의 두려움을 이해한다", "당신들만이 진짜 국민이다"라는 암묵적 메시지는 특정 지지층에게 강한 소속감과 정체성을 부여한다. 실제로 "라티노가 많은 푸에르토리코를 '쓰레기섬'이라 부르는" 식의 발언은 백인 저학력·보수층의 투표 의향을 높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직접적인 인종차별 발언은 아니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는 명확했고, 목표 청중은 정확히 그 메시지를 수신했다. 하지만 이 전략은 양날의 검이다. 암시적 언어가 외부에 노출되고 해석되면, 주류 미디어와 반대 집단에서 강력한 역풍이 일어난다. 중도층, 젊은 유권자, 소수 집단은 즉각적인 반발을 보이며 오히려 반대편으로 결집한다.결국 dog-whistle 전략은 사회를 양극화시키는 촉매제가 된다. 한쪽을 결집시키는 만큼 다른 쪽도 결집시키며, 정치적 대화의 공간은 점점 좁아진다. 타협과 합의는 사라지고, '우리 대 그들'의 전쟁터만 남게 된다.


Dog-whistle 사용에 탁월한 트럼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dog-whistle 전략의 현대적 거장이었다. 2016년과 2020년 대선 유세에서 그가 구사한 언어와 공약들은 암시적 신호의 교과서적 사례로 남았다. 무슬림 이민 금지가 첫 번째 대표작이었다. 트럼프는 이란, 이라크, 리비아, 소말리아, 수단, 시리아, 예멘 등 7개 이슬람권 국가 출신의 미국 입국을 전면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공식 명분은 "국가 안보"와 "테러 방지"였지만, 실제 메시지는 '무슬림=잠재적 테러리스트'라는 등식이었다. 이 정책은 반이민, 반무슬림 정서를 가진 농촌과 보수 백인층을 강력하게 결속시켰다. 그들에게 이것은 단순한 안보 정책이 아니라 "우리가 먼저"라는 정체성의 선언이었다.

하지만 대도시, 진보층, 유색인종, 젊은 세대는 즉각 반발했다. 전국 공항에서 시위가 벌어졌고, #MuslimBan 해시태그가 소셜 미디어를 뒤덮었으며, 수많은 법적 소송이 제기되었다.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 공약은 더욱 노골적인 상징이었다. 트럼프는 대규모 장벽을 세우고, 심지어 표면을 검은색으로 칠해 태양열로 뜨겁게 만들어 사람들이 오르지 못하게 하자는 제안까지 했다. 이것은 실용적 정책이라기보다 거대한 정치적 무대 장치였다. "불법 이민자=범죄자, 일자리를 빼앗는 존재"라는 이미지를 시각화한 장벽은 백인 중하류층, 남부와 중부의 농촌과 공장 지역에서 폭발적인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대도시, 라티노 공동체, 청년층에게는 미국의 다문화적 가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상징으로 받아들여졌고, 역동적인 투표 동원 효과를 낳았다. '슈퍼 프레데터' 프레이밍은 더욱 교묘했다.

트럼프가 직접 이 용어를 만든 것은 아니지만(1990년대 힐러리 클린턴이 사용), 그는 흑인과 라티노 청소년 범죄자를 암시적으로 '슈퍼 프레데터'로 묘사하는 담론을 적극 활용했다. '도시=범죄=유색인종'이라는 연결고리를 만들어 인종적 불안감을 자극했다.
이 전략은 중산층 백인, 노년층, 공장 노동자들에게 '질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흑인, 라티노, 청년층 사이에서는 차별적 정치 수사에 대한 강한 반감을 촉발시켰고, 이는 민주당 지지로 이어지는 결과를 가져왔다. 트럼프의 dog-whistle 전략은 "침묵하는 다수(silent majority)"를 성공적으로 결집시켰다. 오랫동안 정치적으로 무시당했다고 느낀 사람들에게 그는 목소리를 주었다. 하지만 동시에 중도층, 진보층, 소수자, 청년층의 거센 저항과 고발을 불러일으켰다. 결과적으로 미국 정치는 그 어느 때보다 극명하게 분열되었다. 선거는 정책 경쟁이 아니라 정체성 전쟁이 되었고, 타협의 여지는 사라졌다. 트럼프의 dog-whistle은 단기적으로는 선거 승리를 가져왔지만, 장기적으로는 국가적 분열과 양극화를 심화시킨 유산으로 남았다. 그가 휘두른 보이지 않는 휘슬 소리는 여전히 미국 사회에 울려 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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