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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커버그 저택 사유화 논란, 500년 전 메디치 가문을 떠올리다

by JWS 2025. 8. 15.

마크저커버그 주변 집 사들여 공사로 이웃과 마찰빚어

팰로앨토 크레센트파크 주민들에 따르면 마크 저커버그가 이사 온 뒤 동네 풍경이 크게 달라졌다. 그는 본채 외에도 인근 주택을 잇달아 매입해 높은 담과 조경으로 둘러싼 사적 공간을 확장했고, 정원에는 배우자 프리실라 챈의 2m 동상도 세웠다. 이웃 주택 한 곳은 자녀 등을 위한 사립학교로 전용돼 시 조례 위반 논란이 일었고, 2016년 제출한 4채 철거·지하 확장 계획이 반려되자 3채 미만씩 나눠 공사를 진행해 규정의 허점을 이용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공사는 8년간 이어지며 진입로 통제, 장비·자재 관리 부실, 인부 차량·식사로 인한 불편과 이웃 차량 훼손까지 잦았다. 잦은 파티로 밤 시간 차량 혼잡과 소음 민원이 이어졌지만 경찰 대응은 미온적이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웃 정원을 향한 감시 카메라 설치, 경호팀의 촬영·검문 논란까지 겹치며 사생활 침해 문제도 불거졌다. 저커버그 측은 “고도의 보안이 필요하며 이웃 피해를 줄이려 노력한다”고 해명했다. 과거 메디치 가문도 도시의 공공 공간을 사적으로 점유해 거센 논란을 일으켰다. 그 선택이 피렌체에 어떤 흔적과 변화를 남겼는지 살펴보자.

메타 창업주 마커 주커버커 와 그 아


16세기 피렌체의 '부자 전용 고속도로' 건설기

1565년, 메디치 가문의 코시모 1세는 피렌체에 놀라운 건축물을 세웠다. 1km에 달하는 고가 통로인 바사리 회랑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권력자만의 전용 도로'였다. 우피치 미술관에서 피티 궁전까지, 아르노 강 위의 폰테 베키오 다리를 관통하며 하늘 위로 뻗어나간 이 통로는 코시모 1세가 "시민들과 마주치지 않고 안전하게 이동하고 싶다"는 개인적 욕망에서 시작되었다. 건설 과정은 그야말로 도시 대개조 프로젝트였다. 폰테 베키오의 푸줏간들은 "악취가 난다"는 이유로 모조리 철거되었고, 대신 보석상들이 입주했다.

중세 건물들은 회랑을 위해 구조를 변경하거나 우회해야 했다. 흥미롭게도 만넬리 가문의 탑만은 철거를 거부했는데, 메디치 가문도 어쩔 수 없이 그 주변을 피해서 통로를 설계해야 했다. 이는 절대권력도 때로는 시민의 저항 앞에서 굴복해야 함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기도 하다.더욱 노골적인 것은 산타 펠리치타 교회를 내려다보는 전용 발코니였다. 메디치 가문은 이를 통해 일반 시민들과 섞이지 않고 예배에 참석할 수 있었다. 하나님 앞에서조차 계급을 유지하려는 철저한 사회적 분리 의식이었다.

바사리 회랑


공공성을 사유화하는 권력의 오만함, 그 시대를 초월한 연속성

바사리 회랑이 진정 문제가 되는 지점은 '공공 공간의 사적 점유'에 있다. 본래 시민들이 자유롭게 오가며 상업 활동을 벌이던 공간을 한 개인의 편의를 위해 전용 통로로 바꾼 것이다. 이는 단순한 건축 프로젝트가 아니라 도시의 공공성에 대한 노골적인 침해였다. 시민들이 불만을 표한 것은 당연했다. 자신들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도시 공간이 권력자의 사적 안전망으로 변질된 셈이니 말이다. 바사리 회랑이 2024년 다시 문을 연 것은 상징적이다. 이제는 관광객들이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 피렌체 전경을 감상하는 공간이 되었지만, 여전히 '돈을 낸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적 시선'이라는 점에서 그 본질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역사는 우리에게 권력과 부가 어떻게 공공 공간을 사유화하는지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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