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은 통제구역인 조선 궁궐도 갈 수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2023년 3월 5일 사전 연락 없이 경복궁을 방문해 일반 관람 통제구역인 경회루 2층·향원정·건청궁까지 들어간 사실이 확인됐다. 김교흥 국회 문체위원장은 국가유산청 자료를 근거로 윤 전 대통령 부부가 건청궁 도착 후 “문을 열라”고 지시했고, 명성황후 침전(곤녕합) 내부에 약 10분간 머물렀다고 밝혔다. 당시 동행은 경호원 1명이었으나 침전 내부는 부부만 단독으로 둘러본 정황이 제시됐다. 건청궁은 고종·명성황후 생활공간으로 특별 관람을 제외하면 내부 관람이 제한되는 지역이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재임 기간(2022~2025) 총 11차례 궁능 유산을 방문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건희 여사는 2023년 9월 경복궁 근정전에서 용상(어좌)에 착좌했고, 2024년 9월 종묘 망묘루 차담회와 신실 내부 관람 논란도 제기됐다. 김교흥 위원장은 “국가유산 사유화, 국보 농단”이라 비판하며 훼손 여부 및 내부 행위에 대한 특검의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과거 나치도 독일 국민을 위해 만들어진 구제국 박물관을 자신들의 정치체제에 활용했던 사례가 있었다.

독일 국민을 위해 만들어진 구제국 박물관
구제국 박물관(Altes Museum)은 1830년 베를린 박물관섬에 개관한 독일 최초의 공공 미술관이다. 프리드리히 빌헬름 3세의 명령으로 건축가 카를 프리드리히 싱켈이 설계한 이 신고전주의 건축물은 당시로서는 혁명적인 개념을 담고 있었다. 바로 왕실과 귀족의 전유물이던 예술품을 일반 시민에게 공개한다는 것이었다. 건물의 설계 자체가 이러한 공공성을 반영했다. 정면의 18개 이오니아 기둥이 늘어선 개방적 구조와 원형 돔 홀은 고대 그리스의 민주적 공간 개념을 상징했다. 내부에는 그리스·로마 유물과 조각품이 체계적으로 전시되어, 시민들이 고대 문명의 유산을 통해 교양을 쌓고 문화적 정체성을 형성할 수 있도록 했다. 19세기 프로이센은 이 박물관을 통해 계몽주의적 이상을 실현하고자 했다. 문화재는 단순한 권력의 과시물이 아니라 국민 교육과 학술 연구를 위한 공공 자원이었다. 누구나 정해진 관람 시간에 박물관을 방문해 자유롭게 작품을 감상하고 학습할 수 있었다. 이는 문화유산의 민주적 접근권을 보장한 유럽 최초의 사례 중 하나였다.

나치, 정치적으로 구제국 박물관을 활용하다
1933년 나치가 권력을 장악하면서 구제국 박물관의 성격은 근본적으로 변질되었다. 히틀러와 나치 당국은 이 공공 문화공간을 국가사회주의 이데올로기와 아리안 인종 우월성을 선전하는 정치적 무대로 전용했다. 가장 먼저 이루어진 것은 전시 내용의 재편이었다. 나치는 '순수 독일 전통'과 '게르만 민족 정신'을 강조하는 작품만을 선별 전시하고, 유대인 예술가나 '퇴폐 예술'로 분류된 작품들을 제거했다. 유대인 가정에서 압수한 미술품들을 박물관 소장품으로 편입시켜 전시함으로써, 약탈을 문화 정책으로 포장하는 왜곡을 자행했다. 공간 운영 방식도 극적으로 달라졌다. 전통적인 공공 관람 동선은 폐기되고, 접근 권한이 엄격히 통제되었다. 나치 고위층의 의례 행사나 정치 선전 목적의 특별 전시가 열릴 때는 일반 시민의 출입이 제한되었다. 박물관 내부의 공간 배치와 작품 배열은 나치 이데올로기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임의 변경되었으며, 선별된 방문객만이 특정 경로를 따라 관람하도록 강제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문화유산의 본래 기능을 근본적으로 훼손했다. 학술적 연구와 공공 교육이라는 박물관의 설립 목적은 사라지고, 오직 권력 선전과 이념 주입의 도구로만 기능했다. 문화재의 보존 원칙과 민주적 접근권은 완전히 무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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