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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속노화 정희원 교수 스토킹 고소 재논란, 조선시대 판결로 본 ‘직접 연락’의 해석 차이

by JWS 2025. 12. 26.

보도 직전 "살려주세요" 연락...스토킹 고소전 새 국면

정희원 저속노화연구소 대표가 자신을 스토킹 혐의로 고소한 ㄱ씨에게 12월 19일 저녁 "살려달라"는 취지의 문자와 전화를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사건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보도에 따르면 정 대표는 카카오톡 1회 이후 30분간 문자 5건을 보내 "살려주세요", "10월20일 일은 정말 후회"라는 표현을 적었다. 같은 날 정 대표는 ㄱ씨에게 전화를 시도했으나 통화는 이뤄지지 않았고, 그 직전 ㄱ씨의 부친에게 10여 분간 통화하며 ㄱ씨를 비난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ㄱ씨 측 대리인은 이미 12월 5일 정 대표 측에 "당사자에게 직접 연락하지 말고 대리인에게 연락하라"고 통보했는데 이를 어긴 것이라고 밝혔다. ㄱ씨 측은 JTBC가 관련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취재하던 상황에서 정 대표가 보도 가능성을 인지하고 회유나 협박을 시도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ㄱ씨 측은 정 대표를 스토킹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고소했고, 사건의 핵심을 '위력에 의한 성적·인격적 착취'로 규정했다. ㄱ씨 측은 두 사람의 관계가 단순한 동료가 아니라 연구책임자(갑)와 위촉연구원(을)이라는 계약 구조였다며 권력관계를 강조했다. 반면 정 대표 측은 해당 연락이 회유나 협박 목적이 아니라 왜곡된 방식의 언론 공개를 막기 위한 항의였고, 오히려 ㄱ씨가 정 대표를 '사회적으로 살해'하려 한다고 반박했다. 현재 정 대표가 ㄱ씨를 스토킹처벌법 위반 등으로 먼저 고소한 뒤 ㄱ씨도 정 대표를 위력에 의한 강제추행, 무고, 명예훼손 등으로 맞고소한 상태로, 양측의 형사 책임과 '직접 연락'의 위법성이 수사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 사건은 조선시대에서 어떻게 다뤘는지 알아보자.

(왼쪽) 정희원 박사. 서울시 제공 (오른쪽) 정 대표가 ㄱ씨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 법무법인 혜석 제공


강간과 화간 사이, 해석이 판결을 가르다

조선은 『대명률』을 수용해 강간, 강간미수, 유괴 후 간음, 화간 등을 세분하고 강간 시 교수형, 강간미수 시 장 100대에 유배 3천 리를 규정하며 성폭력을 중범죄로 취급했다. 12세 이하 아동, 근친, 승려, 도사, 상중 여성 등에 대한 성폭력은 가중 처벌되어 경우에 따라 참형까지 내려질 정도로 정절 훼손과 아동 피해를 중대 범죄로 간주했다.성폭력 사건의 기본 절차는 피해자나 가족, 노비가 수령, 한성부, 형조, 사헌부 등 관아에 고소장을 올리면 관아가 신문과 국문을 통해 사실관계를 규명하고 가해자의 진술과 반박, 증인과 정황을 종합해 강간인지 화간인지 미수인지를 판단하여 율문에 따라 형량을 정하는 구조였다. 세종 때 유생 최한경 사건에서 피해 여성은 강간미수로 사헌부에 직접 고소했고 피고는 "단지 희롱했을 뿐"이라고 주장했으나, 왕과 사헌부는 정황을 검토해 강간미수보다는 낮은 장 80대 형을 내렸다.

이 사건은 희롱과 강간미수의 경계를 둘러싼 해석 싸움이 판결의 핵심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조선 형사소송은 규문주의라 관이 주도해 심문했지만, 성범죄의 경우에도 피해자의 진술 신빙성, 저항 여부, 상처와 정황, 가해자와의 신분 및 권력 관계가 판단의 핵심 요소였다. 같은 강간 피해라도 양반 부녀인지 여종이나 천민인지에 따라 형량과 책임 분담이 달라지는 신분 편향이 존재했다. 기록상에서도 가해자가 "희롱이나 장난에 불과했다", "서로 정을 통해 화간이었다"고 주장하며 강간을 부정하고, 관아가 그 사이를 가르는 방식으로 판결을 내리는 사례가 반복됐다.


조선 숙종 여종 강간한 주인의 최후

조선 숙종 32년(1706) 여종 강간 사건은  경기도 지역 양반 주인이 자신의 여종(노비)을 강제 간음한 혐의를 받았으며, 피해 여종의 가족(어머니 또는 형제)이 현지 수령에게 민장(고소장)을 제출해 고소를 시작했다. 수령은 주인을 구인해 신문(심문)과 검안(상처·신체 확인)을 실시했으나, 주인 측 "합의에 의한 화간(和姦)" 주장을 수용하며 불기소 결안(結案 보고서)을 상급에 올려 은폐를 시도했다.​피해 가족은 지방 수령의 편향적 처리를 불복해 형조에 상소를 제기, 중앙 재심을 유도했다. 형조는 피해 호소의 신빙성(여종의 저항 흔적·반복 행위), 주인-노비 권력 불균형, 『대명률』 범간편(犯姦篇) 규정을 재평가하며 강간으로 규정하고 장 60대 처벌을 확정 지었다. 이는 노비 신분에도 불구하고 피해 호소가 상소·복심으로 이어져 가해 주인을 처벌한 드문 사례로, 신분제 하에서 노비 성폭력이 '재산 침해'가 아닌 범죄로 인정된 한계를 보여준다. 그러나 주로 노비가 주인을 고소한 역방향 사건(능지처참 등 극형) 기록이 많아, 이 사례처럼 성공적 처벌이 예외적이었음을 시사하며, 권력 구조가 판결에 깊이 관여한 시대적 현실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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