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 독점 깨지나… 한국 대기업 CEO 풀 '다원화' 시작됐다
한국 대기업 CEO의 학벌 지형이 조용히 변하고 있다. 한국CXO연구소가 국내 매출 상위 1000대 기업 대표이사급 CEO 1,407명의 학부 출신을 분석한 결과,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출신 비중이 29.1%로 전년 대비 0.5%p 감소했다.숫자로 보면 더 명확하다. SKY 출신은 409명으로, 대학별로는 서울대 189명(13.4%), 연세대 112명(8.0%), 고려대 108명(7.7%)이다. 2008년 45.6%였던 SKY 비중이 2019년 29.4%까지 내려온 뒤, 최근 수년간 30% 미만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변화의 동력은 세 가지다. 첫째, 젊은 서울대 출신 CEO가 상대적으로 적다. 둘째, 해외 대학 출신 경영자가 늘어났다. 외국 대학 출신 CEO가 110명을 넘어 향후 4~5년 내 10% 수준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셋째, SKY 다음 그룹으로 한양대·서강대·성균관대 등이 부상하며 '학벌 지형'이 완만하게 다변화되고 있다.
연령 분포에서는 1960년대 초반 출생(1960~1963년)이 20%대 초반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전공이 확인된 969명 중 이공계 출신은 452명으로 46.6%를 기록해 전년 대비 1.1%p 증가하며 '기술 경영' 경향을 뒷받침했다. 전공별로는 경영학(22.8%)이 최다였고, 화학공학(8.5%)·경제학(8.3%)·전기전자(7.1%)·기계공학(6.3%) 등이 뒤를 이었다.종합하면 한국 대기업 CEO 풀은 여전히 특정 명문대 영향권에 있으나, 해외 학력·비(非)SKY 학력·이공계 비중이 동시에 늘며 인력 파이프라인이 '다원화'되는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학벌 독점에서 다원화로. 이 변화, 처음이 아니다. 2000년 전 로마 제국도 똑같은 고민을 했고, 황제 클라우디우스가 해법을 제시했다.

클라우디우스, 갈리아인에게 원로원 문을 열다
서기 48년, 로마 황제 클라우디우스가 원로원에서 연설을 했다. 주제는 하나였다. "갈리아 출신 엘리트에게 원로원 진출을 허용하자." 이 연설은 청동판에 새겨져 리옹에서 발견되었고, 오늘날 '리옹 서판(Lyon Tablet)'으로 불린다.당시 원로원은 철저히 폐쇄적이었다. "원로원 = 로마·이탈리아 출신 상류층"이라는 공식이 수백 년간 유지되었다. 제국 전역을 통치하는 의사결정 기구였지만, 실제 구성원은 로마와 이탈리아 반도 출신으로 제한되어 있었다.클라우디우스의 제안은 명확했다. 갈리아 코마타("긴 머리 갈리아", 대체로 세 갈리아에 해당) 지역의 부유한 토지 소유자들 가운데 일정 재산 수준에 오른 자들에게 원로원 진출을 허용하자는 것이다. 이미 갈리아 나르보넨시스, 비엔나 등 일부 서방 식민도시 출신이 원로원에 진입한 선례를 상기시키며, "충성·부·품격을 갖춘 지방 유력자라면 출신지가 이탈리아 외라 하여 배제할 이유가 없다"고 논증했다.

로마의 성장 자체가 외부자 흡수였다
클라우디우스의 연설은 역사적 정당화로 이어진다. 로마 왕정·공화정 초기의 계보를 장황하게 검토하며, 사비니인 누마, 코린토스 출신 가문을 둔 타르퀴니우스, 에트루리아 출신 마스타르나(세르비우스 툴리우스) 등 "외부 출신 통치자" 전통을 강조했다.이어 독재관·호민관·십인위원·군사 호민관 등, 로마 공직·통치 구조가 반복적으로 변화해 왔음을 열거하면서 "외부자·신제도 수용은 로마 헌정의 상수이지, 위험한 혁신이 아니다"라는 논리를 세웠다. 로마의 위대함은 폐쇄성이 아니라 개방성에서 나왔다는 주장이었다. 아우구스투스·티베리우스가 이미 이탈리아 전역의 식민도시에서 "최고의 부와 지위를 갖춘 인물"을 원로원에 누차 편입시켜 왔음을 상기시켜, 이탈리아 내부의 지방 엘리트 개방이 선행되었음을 강조했다. 이제 갈리아로 확장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다음 단계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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