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밀가루 가격 담합 52명 기소: 한국 공정거래 역사상 최대 규모 카르텔 적발
검찰이 설탕과 밀가루 가격을 맞춰 담합해온 혐의로 제분과 제당 업계 주요 업체들을 재판에 넘겼다. 수사는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 라인에서 진행됐고 총 52명(법인 포함)이 기소됐으며 일부는 구속 기소됐다. 밀가루 담합은 2020년 1월부터 2025년 10월 사이 가격 인상과 인하의 시점과 폭을 사전 조율해 경쟁을 제한한 혐의가 핵심이며, 제분 쪽 기소 대상에는 대한제분 등 제분사들이 포함되고 검찰은 필요 시 공정거래 당국 절차도 병행한 것으로 보도됐다. 설탕 담합은 국내 시장의 대부분을 점유하는 대형 제당사들이 원당가가 오를 때는 빠르게 가격에 반영하고 내릴 때는 인하 폭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경쟁을 약화시켰다는 게 검찰 시각이다.
보도에 따르면 설탕 가격은 담합 국면에서 최대 66.7% 상승했고, 이후 원당가 하락 요인이 있어도 가격이 높은 수준으로 유지됐으며, 밀가루 역시 담합 기간 중 최대 42.4% 인상된 뒤 높은 수준이 이어졌다고 전해진다. 설탕 사건에서는 CJ제일제당과 삼양사 등 관련 임원급이 구속 기소됐다는 보도가 나왔고, 대한제분 측은 조사에 협조했고 재판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취지의 입장을 낸 것으로 보도됐다. 이번 사건은 원가 변동(원당과 곡물)에서 소비자 가격으로의 전가 과정에서 경쟁이 아니라 합의가 작동했는지가 쟁점이라, 향후 재판에서 사전 연락, 회의, 가격표 동조의 증거 구조가 핵심이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 셔먼 반독점법
미국에서는 셔먼 반독점법 이후, 특히 20세기 전개를 거치며 수평적 가격 담합(horizontal price fixing)이 시장 경쟁 질서 자체를 직접 겨냥한 공격으로 규정했다. 별도의 경제적 합리성 판단 없이도 곧바로 위법으로 보는 불법 영역으로 정착했다. 셔먼 반독점법 제1조는 무역 또는 상업에 대한 모든 계약, 결합, 공모를 불법으로 선언하며 담합과 카르텔을 포괄적으로 규율하는 기본 조항이 되었고, 초기에는 합리성의 원칙(rule of reason) 아래 개별 사건별로 경쟁 제한 정도를 따져 보았으나, 이후 연방대법원은 경쟁자 간 가격 담합과 시장분할 같은 나체(naked) 카르텔을 시장 경쟁에 본질적으로 해로운 행위로 보고 별도의 정당화 논의를 허용하지 않는 위법 범주로 확립했다.
미 법무부(DoJ)는 가격 담합, 입찰 담합, 시장 할당을 셔먼법상 위법으로 명시하며, 합리적인 가격이었다거나 산업 안정에 필요했다는 주장을 일체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을 반복해서 안내한다. 수평적 가격 담합의 성립 요소는 대체로 첫째 둘 이상의 경쟁자 사이에, 둘째 가격, 할인, 수수료, 입찰 조건 등을 사전에 합의(명시 또는 묵시)하고, 셋째 그 합의에 따라 가격이 설정, 유지, 조정된 구조가 인정되는지 여부에 맞춰 판단된다. 따라서 사전에 서로 연락과 회의 등을 통해 가격 수준, 인상 시점, 할인 폐지를 맞춰 놓고 나중에 각자 그에 맞춰 가격을 움직였다는 유형은, 시장구조나 실제 가격 수준의 합리성을 따지기 전에 바로 셔먼법 제1조의 위법 영역을 구성하는 전형적인 패턴에 해당한다.
록펠러의 석유 제국, 셔먼법에 의해 34개 회사로 쪼개지다
록펠러의 스탠더드 오일은 인수, 합병, 배타적 계약 등을 통해 미국 석유 시장의 약 90% 이상을 장악했고, 정부는 이를 셔먼법 위반으로 제소했다. 스탠더드 오일은 단순히 시장점유율이 높은 것을 넘어, 경쟁자를 체계적으로 배제하고 시장 진입을 봉쇄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철도 회사와의 비밀 리베이트 계약을 통해 운송비를 낮추고 경쟁자의 운송비는 높이는 방식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으며, 지역별로 약탈적 가격 책정(predatory pricing)을 통해 경쟁자를 도산시킨 뒤 시장을 독점하는 패턴을 반복했다. 또한 석유 정제, 운송, 유통의 전 단계를 수직 계열화하여 독립 정유업체들이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통로 자체를 차단했다. 연방대법원은 합리의 원칙(rule of reason)을 적용해 스탠더드 오일의 지배력 취득과 유지가 경쟁을 부당하게 제한한다고 보고, 회사를 34개의 독립 회사로 분할하도록 명령했다. 이 판결은 셔먼법이 단순히 카르텔뿐 아니라 독점적 지배력의 남용도 규율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으며, 이후 미국 반독점법 집행의 기준이 되었다. 분할된 회사들 중 일부는 훗날 엑슨(Exxon), 모빌(Mobil), 셰브론(Chevron) 등 현대 석유 메이저로 성장했다. 스탠더드 오일 사건은 아무리 거대한 기업이라도 경쟁 질서를 해치면 강제 분할될 수 있다는 선례를 만들었고, 이는 20세기 미국 경쟁법 집행의 상징적 사건으로 자리 잡았다.

윈도우 끼워팔기와 넷스케이프 봉쇄, 디지털 시대 셔먼법의 새로운 적용
미국 법무부와 주 정부들은 마이크로소프트(MS)가 윈도우 운영체제 지배력을 활용해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끼워팔기 하고, 경쟁 브라우저(넷스케이프 등)의 시장 진입을 방해했다며 셔먼법 위반으로 제소했다. MS는 1990년대 중반 PC 운영체제 시장에서 9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었고, 이 지배력을 활용해 새롭게 부상하던 인터넷 브라우저 시장까지 장악하려 했다. 정부는 MS가 윈도우에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기본 탑재하고 제거 불가능하게 만들어 경쟁 브라우저의 유통 채널을 차단했으며, PC 제조사들에게 넷스케이프 설치를 금지하거나 불이익을 주는 계약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자바(Java) 기술 개발사인 선마이크로시스템즈와의 협약을 위반하고, 애플에 인터넷 익스플로러 사용을 강제하는 등 다양한 배제 전략을 구사했다는 혐의도 포함되었다. 1심 법원은 MS의 위반을 인정하고 회사 분할을 명령했으나, 항소 과정에서 구조적 구제는 철회되고 대신 API 공개, 계약 관행 시정 등 행태적 시정조치로 종결되었다. 항소법원은 MS가 독점력을 가진 것 자체는 위법이 아니지만, 그 독점력을 유지하기 위해 반경쟁적 수단을 사용한 것은 셔먼법 제2조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최종 합의에서 MS는 경쟁사에 기술 정보를 공개하고, PC 제조사와 소비자가 MS 소프트웨어를 제거하거나 경쟁 제품을 설치할 수 있도록 허용하며, 독립적인 기술 위원회의 감독을 받는 조건을 수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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