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T도 어떻게 지시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천차만별
2026학년도 수능 국어 영역을 동일한 챗GPT 5.1 Auto 모드로 푼 결과, 프롬프트(지시) 설계에 따라 성적이 9등급부터 1등급까지 급변하는 현상이 확인됐다. 진학사는 이미지 입력 후 “정답만” 요구한 A 방식, 문항 세트별 PDF를 주고 “정답만” 요구한 B 방식, 세트별 PDF에 “단계별 풀이”를 강제한 C 방식 등 세 가지를 비교했다. A 방식 점수는 공통 3점·화작 5점·언매 4점으로 최저 수준이었고, B 방식은 공통 39점·화작 14점·언매 6점으로 유의미한 상승을 보였다. C 방식은 공통 74점·화작 21점·언매 14점으로 최고 성적을 기록해 구조화된 풀이 절차가 성능을 극대화함을 드러냈다. 등급 환산에서도 ‘공통+화작’ 기준 A 8점(9등급)·B 53점(5등급)·C 95점(1등급), ‘공통+언매’ 기준 A 9등급·B 6등급·C 1등급으로 격차가 극심했다.
실험진은 A·B가 “얕은 추론”에 머문 반면 C는 실제 국어 풀이 전략을 강제해 추론을 깊게 유도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B에서 맞힌 문항을 C에서 오답 처리하는 사례도 발생해, 과도한 절차 강제가 판단 경로를 비합리적으로 바꾸는 부작용을 지적했다. 진학사는 “같은 모델이라도 ‘무엇을 어떻게 시키느냐’가 성능을 좌우한다”고 평가하며 프롬프트 설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요약하면 AI의 잠재지능보다 과업 정의·입력 구조·추론 절차 지시가 결과 품질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사용자 관점에선 “대충 말하면 대충 답하고, 정확히 말하면 더 정확히 답하지만, 지나치게 복잡하면 오히려 흔들린다”는 교훈이 도출됐다.

최강의 군대로 불린 로마군단에도 전형화된 명령체계가 있었다
로마 군단이 지중해 세계를 제패할 수 있었던 비결은 우수한 무기나 압도적인 병력 수가 아니었다. 진정한 힘은 철저하게 표준화된 명령체계와 반복 훈련을 통해 구축된 조직적 품질에 있었다. 로마군은 마니풀루스(Maniple)와 코호르스(Cohort) 같은 소·중 단위 부대를 엄격히 분할하고, 각 부대별로 기본 전투 절차를 표준화했다. 모든 군단원은 동일한 명령어, 신호, 이동법을 정확히 숙지하도록 반복 훈련받았다. 전진, 퇴각, 방진, 혼합진형 등 모든 전술 동작은 교범에 명시된 구령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수행되었다.
특히 '테스투도(방패거북진)' 같은 복합진형은 이러한 표준화의 정수를 보여준다. "1열 방패 앞으로, 2열 방패 위로"라는 구령에 맞춰 수백 명의 병사가 동시에 정확한 동작을 취해야만 완성되는 이 진형은, 개별 병사의 용맹이 아니라 집단의 정밀한 협응을 요구했다. 구령 하나로 수천 명이 하나의 유기체처럼 움직이는 이 시스템은 로마군만의 독보적 강점이었다. 장비, 복장, 행동동작의 표준화는 전술적 유연성도 보장했다. 각 유닛이 어디에 배치되든 즉각적으로 같은 행동을 취할 수 있었기 때문에, 전투 중 부대를 재배치하거나 긴급 상황에 대응할 때도 혼란이 최소화되었다. 이는 단순히 명령을 따르는 수준을 넘어, 예측 가능하고 신뢰할 수 있는 집단 행동 패턴을 만들었다.
이러한 표준화는 우발 상황에서도 강력한 복원력을 발휘했다. 전투는 본질적으로 혼돈과 예측 불가능성의 연속이다. 그러나 모든 병사가 동일한 절차를 체화하고 있었기 때문에, 일부 지휘관이 전사하거나 명령 전달이 끊겨도 부대는 스스로 기본 대형을 유지하고 전열을 재정비할 수 있었다. 이것이 로마군이 수많은 위기 상황에서도 붕괴하지 않고 역전할 수 있었던 구조적 이유였다. 결국 로마 군단의 전투력은 개별 병사의 무용이나 장비의 우수성보다, 집단 드릴과 명령 해석 능력, 진형 운용의 표준화라는 '소프트웨어'에서 나왔다.

장군에 따라서 같은 군대라도 승패 갈리다
로마 군대는 동일한 병력과 장비를 가진 군대라도 누가 지휘하느냐에 따라 전투 결과는 극명하게 달라졌다. 로마군의 역사는 명령 체계의 질이 실제 전투력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임을 반복적으로 입증했다. 명령 체계가 잘 훈련된 군대는 백인대(century), 코호트, 군단 차원의 복잡한 전술 기동을 신속하게 수행할 수 있었다. 측면 기동, 전술적 후퇴, 재집결 같은 고난도 작전은 상관의 명령이 정확하게 하달되고 즉각 실행될 때만 가능했다. 우수한 지휘관은 전장의 흐름을 읽고 적시에 명령을 내렸으며, 그 명령은 계층을 따라 왜곡 없이 말단 병사까지 전달되었다. 반대로 명령 계통에 문제가 생기면 상황은 급속도로 악화되었다. 상관의 구령 실수, 명령 전달 지연, 전술 판단 미숙은 동일한 부대를 완전히 다른 조직으로 만들어버렸다. 명령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면 부대 간 협응이 무너지고, 진형이 분열되며, 개별 병사들은 고립되어 각개격파당했습니다. 훈련받은 군단병도 명령 체계가 붕괴하면 오합지졸과 다를 바 없었다.
칸나이 전투(BC 216)는 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한니발에게 포위된 로마군은 명령과 진형 관리를 동시에 상실했다. 밀집된 대형 속에서 지휘관의 명령은 전달되지 않았고, 병사들은 어디로 움직여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결과는 파멸적 패배였다. 같은 로마 군단병들이었지만, 명령 체계의 마비는 그들을 무력화시켰다. 이 뼈아픈 경험은 로마군 개혁의 출발점이 되었다. 코호트 체제 도입과 훈련 강화는 단순히 편제를 바꾼 것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명령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시도였다. 로마는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 즉 명령 하달과 실행의 정확성이 승패를 가른다는 교훈을 체화했다. 명령 계통의 품질이 높을 때 군대는 진정한 집단 지성을 발휘했다. 동시다발적 돌격, 절차적 후퇴, 대형 변경 같은 복잡한 기동이 혼란 없이 구현되었고, 이는 전열 유지와 사상률 감소로 직결되었다. 반면 명령 지연이나 오판이 발생하면 같은 장비와 훈련을 받은 부대도 분열, 붕괴, 패퇴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결국 로마 군단의 성공은 개별 병사의 용맹이나 무기의 우수성보다 "명령을 얼마나 정확하고 신속하게 해석하고 구현하느냐"에 달려 있었다. 같은 군대라도 지휘관의 역량과 명령 체계의 질에 따라 최강의 군단이 되기도 하고, 무기력한 패잔병 집단이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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