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는 게 값' 도수치료, 정부가 가격 규제 나섰다
도수치료가 과잉진료 논란의 중심에 섰다. 전국 평균 10만 8000원이지만 최고 60만 원에서 최저 300원까지, 병원마다 치료비가 200배 넘게 차이 난다. 기준 가격도, 횟수 제한도 없는 '부르는 게 값' 시장이다.문제는 실손보험이다. 환자는 비용의 대부분을 돌려받을 수 있어 부담이 적다. 병원은 반복 권유를 해도 환자 저항이 크지 않다. 일부 의료기관 상담에서 도수치료에 물리치료를 '병행'하자는 권유가 자연스럽게 제시되는 정황이 확인됐다. 환자-병원-보험사가 얽힌 구조 속에서 이용량은 계속 늘어났고, 남용 논란도 커졌다. 정부가 칼을 뺐다. 보건복지부는 도수치료를 포함한 일부 비급여 항목을 '관리급여'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건강보험 틀 안에서 가격과 기준을 정하겠다는 것이다.
첫 관리급여 대상은 도수치료, 경피적 경막외강 신경성형술, 방사선온열치료 3개 항목이다. 체외충격파치료와 언어치료는 추후 재논의하기로 했다. 제도가 시행되면 이르면 2026년 상반기부터 치료비의 5%는 건강보험이, 95%는 환자가 부담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다만 환자 본인부담금은 실손보험 보장 구조에 따라 청구가 가능해, 단기적으로 체감 부담이 급격히 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의료계는 강하게 반발한다. 비급여 비중이 큰 의원급 수익 구조가 흔들리면 해당 치료가 위축되거나 중단돼 결국 환자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제도 신설의 법적 근거와 절차를 문제 삼아 헌법소원 등 법적 대응까지 검토 중이다. 정부는 평가·심의를 거쳐 가격과 급여기준을 확정하겠다는 입장이다.민간 시장에 맡겨졌던 의료 영역을 국가가 가격·품질 규범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시도. 이 싸움, 처음이 아니다. 900년 전 송나라도 똑같은 고민을 했고, 해법을 찾았다.

송나라 혜민약국, 약값 폭리를 잡다
1076년 송나라 수도 개봉. 왕안석이 이끄는 신법 개혁이 한창이었다. 개혁의 일환으로 국가 운영 공공 약국 '혜민약국(惠民藥局)'이 설치됐다. 이름은 "백성에게 이로운 약국"이지만, 속내는 달랐다.당시 송나라 대도시 약재 시장은 부유한 상인들이 장악했다. 필수 약재를 사재기하고 가격을 마음대로 올렸다. 백성은 비싼 약값에 시달렸고, 국가 재정도 부담스러웠다. 왕안석은 이를 견제하기 위해 국가가 직접 약재를 대량 구매·가공·판매하는 공공 약국을 만들자고 주장했다. 역사학자 Goldschmidt의 분석에 따르면, 혜민약국은 설립 초기부터 명분과 실제가 달랐다. 표면적으로는 서민 복지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약재 상인들의 가격·유통 독점을 견제하고 국가가 의약품 유통 이윤 일부를 포획하려는 경제·정치적 목적이 뚜렷했다. 혜민약국의 운영 방식은 명확했다.
국가가 약재를 직접 구매·비축한 뒤, 국가가 정한 공시 가격에 따라 일반 시민에게 판매하는 구조였다. 민간 약방들이 임의로 약값을 올리거나 품질이 떨어지는 약재를 비싼 값에 파는 관행을 견제하고, 일정 수준 이하의 품질·가격을 강제로 바닥에 깔아주는 효과를 노렸다.초기에는 단일 약재 위주로 공급했지만, 수십 년 뒤부터는 국가가 편찬한 처방집에 따라 조제한 "기성 처방"을 함께 판매하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송대 의학사 연구에 따르면, 혜민약국 계열 처방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표준 처방"으로 보급되어, 특정 명의의 비법에 의존하지 않고도 일정 수준 진료를 가능하게 했다.여기서 핵심은 "표준화"다. 민간 시장의 가격·품질 편차를 공공 시스템으로 흡수해 표준화했다. 국가가 비급여적·장터적 약제 유통을 제도 안으로 거두어들여 '공인된 표준 약국 + 공인된 처방집' 체계로 묶은 것이다.
송 전역으로 뻗어나간 혜민 약국 명의들이 비판도 잇따라
혜민약국은 처음에는 수도에만 설치된 중앙 기관이었다. 하지만 약 1세기 후에는 지방 여러 도시에도 분점이 설치되어 "혜민약국 네트워크"를 이뤘다. 12세기 중엽까지 제국 전역에 약 70개의 공공 약국이 설치되어, 도·주 단위 거점 도시에서 표준화된 약제 공급을 담당했다고 추정된다.이 네트워크는 기근·역병 시 국가가 약재·처방을 저가 혹은 무상으로 배포하는 통로로 활용됐고, 지방 의학 교육 기관과 연계되어 의생 양성·의료 지식 보급에도 활용됐다. 명대 이후에도 "혜민약국계 자선약국"은 지방 의학교 내 자선 약국 형태로 존속하며, 가난한 환자에게 무료 또는 저가로 약을 공급하는 공공 의료 장치로 계승됐다.혜민약국은 단일 제도라기보다, 송 이후 중국 공공의료·약제 행정의 기원을 이루는 장기적 제도 계보의 출발점으로 평가된다.혜민약국은 성공했을까? 900년이 지난 지금까지 중국 공공의료 제도의 기원으로 평가받는다는 점에서 성공이다. 약값 폭리를 잡았고, 서민 접근성을 높였으며, 표준 처방으로 의료 지식을 보급했다. 하지만 한계도 명확했다. 송나라 명의들은 혜민약국이 전통 의술을 천편일률적 약장사로 전락시킨다고 비판했다.
| 청랑이 추천하는 다른 글을 읽고 싶다면 클릭하세요 |
다이소 영양제 판매로 반발하는 약사들, 역사 속 유사한 사례는?
다이소의 건강식품 등장으로 커지는 약사들의 불만다이소(DAISO)가 건강기능식품을 3,000~5,000원대의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자, 약국가에서는 매출 감소와 오남용 우려를 이유로 반발하고 있습니
jadewolves.tistory.com
'청랑 세상 식견 > 청랑 이슈 식견' 카테고리의 다른 글
| SKY 출신 CEO 29%로 감소, 로마 제국이 먼저 겪은 엘리트 개방의 역사 (0) | 2025.12.23 |
|---|---|
|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취업난, 명·청 과거제의 학위 인플레이션을 닮았다 (0) | 2025.12.19 |
| 미용실 '조용히' 옵션 트렌드, 고대 한국 침묵 문화와 비슷하다 (1) | 2025.12.17 |
| 조세호 조폭 연루로 방송 하차, 송나라 상단이 보여준 ‘신뢰 자본의 법칙’ (2) | 2025.12.11 |
| 조진웅 배우 죽음보다 더한 형벌 '기억의 저주', 로마 시대 공인은 어떻게 기록에서 지워졌나 (1) | 2025.12.1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