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의류 소각보다 환경을 위한 선택이 어려웠던 삼성물산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2024년 한 해에만 재고 의류 129t을 소각한 것으로 확인되며 ‘친환경’을 내세운 마케팅과 배치된 ‘그린워싱’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국회 제출 자료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2022~2024년 연평균 106.7t을 태웠고, 한섬패션 41.6t, LF는 2023~2024년 연평균 45t을 소각했다. 특히 삼성물산은 2024년 소각량이 직전 2년 평균 대비 1.4배 증가했고, LF와 한섬도 소각 관행을 이어왔다. 전문가들은 의류 소각이 탄소·미세먼지·유독가스 배출을 수반해 환경오염을 가중시킨다고 지적했다. 업계는 ‘고가 이미지 유지’를 이유로 재고를 할인·기부 대신 폐기해 왔고, 빈폴·갤럭시·구호 등 주요 브랜드의 수십억 원대 재고가 불태워진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기업들은 재생 소재, 업사이클링 등 ‘지속가능’ 홍보를 지속해 그린워싱 비판이 제기된다. 유럽은 2026년부터 판매되지 않은 의류·신발 폐기를 금지하고, 섬유 EPR(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 도입을 앞두는 등 규제를 강화 중이다. 국내에선 재고폐기 금지 및 섬유 EPR 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해 제도화가 지연되고 있다. 베네치아는 세계 최고의 유리 제조 중심지로 군림했던 배경도 질 나쁜 유리는 폐기하는 절차를 밟았다.

베네치아의 자랑 무라노 유리사업
베네치아 석호 한가운데 자리 잡은 작은 섬 무라노(Murano)는 7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세계 최고의 유리 제조 중심지로 군림해왔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투명하고 영롱한 '크리스탈로(Cristallo)' 유리는 단순한 공예품을 넘어 베네치아 공화국의 부와 권력을 상징하는 예술품이 되었다. 무라노 유리가 수백 년간 그 명성을 지켜올 수 있었던 비결은 탁월한 기술력만이 아니라, 완벽함을 향한 집요한 품질 관리와 비밀 유지의 전통에 있었다.

무라노 유리사업이 유명해진 이유
무라노 유리사업이 세계적 명성을 얻게 된 이유는 혁신적인 기술 개발이었습니다. 13세기 말, 무라노의 장인들은 석영과 소다회를 정제하여 당시로서는 혁명적이었던 투명 유리 '크리스탈로'를 만들어냈다. 그 이전의 유리는 대부분 녹색이나 갈색을 띠며 불투명했지만, 크리스탈로는 수정처럼 맑고 투명하여 귀족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 기술적 우위는 무라노를 단숨에 유럽 유리 산업의 중심으로 만들었다. 무라노가 유명해진 결정적 이유는 타협 없는 품질 관리 시스템이었다. 무라노의 장인들은 '크리스탈로'의 명성을 지키기 위해 결함이 있는 제품을 절대로 시장에 내놓지 않았다. 미세한 균열, 내부 기포, 불완전한 색상 등 어떤 결함이라도 발견되면 그 제품은 즉시 파쇄되었다. 이 파쇄된 유리는 재활용되거나 완전히 폐기되었으며, 장식용이나 저가 공예품으로조차 유통되지 않았다.
'완벽함'만을 외부에 내놓는 이 엄격한 기준은 무라노 유리가 수백 년간 최고급 명품의 지위를 유지하는 핵심 비결이었다. 현지에서는 지금도 결함 검수와 폐기 과정이 수작업으로 이루어진다. 숙련된 장인의 눈으로 하나하나 검사하여, 기포가 보이거나 금이 간 제품은 바로 파쇄 작업에 들어간다. 이렇게 파괴된 유리 조각들은 진열대에 오르지 못하고 사라진다. 이는 단순한 품질 관리가 아니라, 무라노 장인 사회의 명예와 브랜드 신뢰를 지키기 위한 의식에 가까운 관행이었다. 이러한 조직적 품질 통제는 무라노 유리 산업의 사회적, 경제적 기반이 되었다. 결함품을 완벽히 제거함으로써 '최상급 무라노 유리'라는 이미지가 보호되고, 시장에는 진귀한 예술품만이 남게 되었다. 이는 희소성을 창출하고 가격을 유지하는 럭셔리 산업 특유의 전략이기도 하다. 외부 기술 유출을 막는 것만큼이나, 시장에 흐르는 모든 제품이 완벽해야 한다는 신념은 무라노 유리의 브랜드 가치를 지키는 보이지 않는 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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