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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랑 세상 식견/청랑 이슈 식견

삼성 노조 내부 분열로 탈퇴, 노노갈등의 뿌리는?

by JWS 2026. 5. 4.

삼성노조 하루 1000건 탈퇴. 같은 편끼리 싸우기 시작했다

삼성전자 초기업노조가 총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예상치 못한 곳에서 균열이 생겼다. 내부다. 4월 28일 하루 탈퇴 신청 500건. 29일에는 1000건을 넘었다. 전체 조합원 약 7만 4000명 중 20퍼센트를 차지하는 DX(디바이스경험) 부문 직원들이 들고일어났다. 이유는 간단했다. "노조가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만을 위해 싸우고 있다." 같은 조합원인데, 나는 빠져 있다는 것이다. 적을 향해야 할 분노가 안을 향하기 시작했다. 이것을 역사는 노노갈등(勞勞葛藤)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조선 시대에도 이 갈등의 구조는 정확히 같은 방식으로 작동했다.

시위하는 삼성노조


구향 vs 신향, 같은 편이 칼을 겨눴다

1747년(영조 23년), 경상도 영덕현(盈德縣). 겉으로 보면 작은 지방 마을의 다툼이었다. 구향(舊鄕)은 대대로 이 지역을 지배해온 남인(南人) 계열 재지사족(在地士族)이었다. 향안(鄕案)을 독점하고, 향임(鄕任) 자리를 장악했다. 향안에 이름이 오르면 세금과 군역(軍役)이 면제됐다. 향임을 쥔 자가 부역(賦役) 배분권을 가졌다. 이 두 가지를 구향이 독점했다. 신향(新鄕)은 경제력으로 새롭게 부상한 서인(西人) 계열 신흥 부농(富農)과 서얼(庶孼)이었다. 넉넉한 자산으로 향교 비용을 치르고도 향안에는 이름이 올라가지  않았다. 심지어 제사에도 낄 수 없었고, 향임 자리에도 들어갈 수 없었다. 신향의 불만은 커져갔다. "우리도 돈 내는데, 왜 배제하는가."

향안(鄕案)과 향임(鄕任)

향안은 지방 양반 사족(士族)의 명부(名簿)다. 향안에 이름이 오르면 사족으로 공인받아 군역(軍役)과 각종 부역(賦役)이 면제됐다. 향임은 향청(鄕廳)의 직책으로, 지방 행정을 보조하며 부역 배분권을 가졌다. 이 두 가지를 장악한 세력이 지역 경제와 권력을 동시에 지배했다. 조선 후기로 갈수록 경제력을 갖춘 신흥 세력이 향안 입록과 향임 참여를 요구하면서 구향과 충돌하는 향전(鄕戰)이 전국적으로 빈발했다. 영덕 옥사는 그 대표적 사례였다.

 

의령 향안 및 관련문헌


이해관계가 갈리자 같은 편이 적이 됐다

1746년,향교 안에 있는 주자(朱子) 초상 비석이 더럽혀졌다며 신향은 구향을 비난했다. 구향은 즉각 반발했다. "신향은 사족(士族)이 아니다." 향교 출입권과 제향(祭享) 비용 분담 문제로 싸움이 번졌다. 향임 선출 과정에서 폭력이 발생했다. 수령(守令)의 중재는 실패했다. 구향이 상소를 올렸고, 신향이 반발했다. 1747년 6월, 영조실록(英祖實錄)에 "영덕현 구향 유림이 신향을 향안에 입록하지 않고, 폭력이 발생했다. 민란 우려." 7월에는 더 직접적이었다. "영덕향전, 구향 남인과 신향 서인이 서로 싸우고, 수령이 조정하지 못했다."는 기록이 있다. 결국 중앙정부가 개입했다. 관찰사(觀察使)가 체직(遞職)됐고, 군수(郡守)가 파직됐다. 신향 일부의 향안 입록은 허용됐지만, 구향의 특권은 유지됐다.같은 지역 사람들이, 같은 공동체 안에서, 이해관계가 갈리자 칼을 겨눴다. 갈등의 본질은 내부의 불평등한 분배 구조였다.

영조(英祖)의 탕평정책(蕩平政策)과 향전(鄕戰)

영조는 남인·서인·노론·소론의 당쟁(黨爭)을 완화하기 위해 탕평정책을 폈다. 어느 한 당파가 권력을 독점하지 못하도록 균형을 맞추는 것이 목표였다. 그러나 중앙의 당쟁이 완화되자, 그 갈등이 지방으로 내려갔다. 향촌(鄕村)에서 남인 구향과 서인 신향이 충돌하는 향전이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영덕 옥사는 그 흐름 속에서 가장 격렬한 사례 중 하나였다. 영조는 이 사건 이후 각도(各道)에 향전 금지령을 내렸다. 분배의 불공평이 내부 갈등을 만들고, 내부 갈등이 공동체를 무너뜨린다는 교훈이었다.

 

탕평비


DS 80퍼센트, DX 20퍼센트. 구조가 갈등을 만든다

삼성 노조 갈등의 구조는 초기업노조 조합원의 약 80퍼센트는 DS(반도체) 부문 소속이다. 노조는 DS 부문에 대해서만 영업이익의 15퍼센트를 성과급으로 상한 없이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DX 부문에 대한 별도 요구 조건은 없었다. DX 부문 직원 입장에서는 같은 조합비를 낸다. 같은 노조 소속이다. 그러나 성과급 요구는 DX를 고려하지 않았다. 더 불편한 것은, DS 내 적자 사업부인 파운드리와 시스템LSI에는 동일한 대우를 요구하면서, 비슷하게 실적이 부진한 DX는 다른 취급을 한 것이다. 

초기업노조(超企業勞組)와 노노갈등(勞勞葛藤)

초기업노조는 단일 기업을 넘어 산업별·직종별로 여러 기업 노동자가 함께 가입하는 형태의 노동조합이다. 삼성전자 초기업노조는 삼성전자 내 다양한 사업부 직원들이 가입한 과반(過半) 노조다. 노노갈등은 노동자(勞動者)와 노동자 사이의 갈등, 즉 같은 노조 내부에서 이해관계가 다른 집단 간에 발생하는 충돌이다. 대기업 내 정규직과 비정규직, 또는 수익성이 다른 사업부 간에 자주 발생한다. 단체교섭(團體交涉)에서 누구의 요구를 우선시할 것인가의 문제는, 외부 사용자(使用者)와의 협상만큼이나 어려운 문제다. 노조의 대표성이 흔들리면 파업의 명분도 함께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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