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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랑 세상 식견/청랑 이슈 식견

다주택 공직자 정책 배제 공식화, 상인이 법을 만든 중세 시대에는 어땠을까?

by JWS 2026. 3. 31.

다주택 공직자 정책 결정에 빼

정부가 다주택 공직자를 부동산 정책의 논의·입안·보고·결재 과정에서 배제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하자 국토교통부를 중심으로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SNS를 통해 다주택자뿐 아니라 '비거주 고가 주택 소유자'와 '부동산 과다 보유자'도 정책 과정에서 배제하도록 청와대와 내각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이해충돌을 차단하고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 신뢰를 높이기 위한 선제 조치로 해석되며, 과거 정책 입안자의 도덕성 논란으로 정책이 좌초했던 전례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다만 '고가'와 '과다'의 기준이 아직 명확히 제시되지 않아 해석 여지가 크고, 국토부 내부에서도 배제 대상이 예상보다 넓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부는 청와대 정책실·재정경제부·국토부·금융위원회 등 관련 부처를 대상으로 대상자 파악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부 고위직의 재산 신고 내역을 보면, 1주택자 중심이라도 고가 주택(예: 강남권) 또는 부동산 총액이 큰 경우 '과다 보유'로 분류될 여지가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 일부는 가족 간병 등 사유로 특정 지역에 임차 형태로 거주하는 사례가 있어, 단순 '2주택' 여부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언급된다. 이번 배제 조치가 장·차관급을 넘어 국·과장급까지 확대될 가능성도 거론되며, 실제 참여 범위 설정이 논란이 될 수 있다. 특히 부부 공동명의나 가족 명의 부동산을 어디까지 포함할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져 기준 해석을 둘러싼 혼선과 낙인 효과 우려도 나온다. 13~15세기 중세 유럽 자치도시(코뮌)에서 상인·길드 엘리트가 공직을 독점하며 자기 집단에 유리한 정책을 설계하자, 도시들이 자격 제한·회전·분권 장치를 도입했던 역사는, 이해충돌 방지 제도가 어떻게 이용되었는지 알려준다.

이재명 대통령이 2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중소기업인과의 대화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상인이 법을 만들고 세금을 걷던 도시에 불만이 쌓일수밖에

13~15세기 유럽 자치도시(코뮌)에서 통치 엘리트는 토지귀족이 아니라 부유한 상인·수공업 길드의 상층으로 구성되었고, 이들이 시의회·집정관 등 주요 공직을 독점했다. 플로렌스의 경우 주요 길드(arti maggiori) 구성원만이 최고 기관인 시뇨리아(집정단) 등 핵심 공직을 맡을 수 있었고, 길드의 규약과 이익이 사실상 도시 법·정책의 기준으로 작동했다. 도시의 핵심 권한(관세·물품세 부과, 시장 규제, 독점·독점금지, 화폐·환율, 길드 인가 등)이 모두 상업과 직결되면서, 공직에 있는 상인들이 자기 길드·자기 업종에 유리한 세율·규제·특권을 설정할 유인이 강했다. 영국·프랑스 등에서도 도시 특허(charter)와 코뮌·자치권은 대개 "도시 상인 공동체가 통행세·관세 징수 등 수익성 높은 권한을 사들인 계약"이었고, 이에 따라 도시 엘리트들이 세 부담 배분·특허 부여에서 자기 집단을 우대하여 내부 갈등과 타 계층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플로렌스에서는 1378년 치옴피 봉기가 발생했다. 하층 길드(소피 길드)와 길드에 속하지 못한 염색공·양모 노동자들이 "부유한 상인 길드가 공직을 독점하고 세금을 하층에 전가한다"며 무장 봉기를 일으켰고, 일시적으로 권력을 장악했다. 이해충돌이 방치되면 사회적 폭발로 이어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치옴피 반란


추첨·2개월 임기·귀족 배제의 실험들 생겼지만

플로렌스 등에서는 공직 독점을 막고자 "추첨·단기 임기·빈번한 교체"를 도입해, 특정 인물·가문이 장기적으로 동일 직책을 점유하지 못하게 했다. 플로렌스에서 시뇨리아는 2개월, 다른 관직도 3~4개월 단위로 교체되었다. 동시에 귀족(magnati)의 정치 참여를 제한하고, 특정 토지귀족 가문을 명시적으로 공직에서 배제하는 규정을 두어, 상인·길드 엘리트가 귀족 군벌화하는 것을 막으려 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몇몇 부유 상인 가문이 공직을 순환 점유하는 과두제"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았다.사법권·세입권을 둘러싼 이해충돌을 줄이기 위해, 특정 법정(예: 상업재판소, 길드 법정, 외국인 상인을 위한 법정 등)을 분리해 서로 다른 이해를 조정·균형시키려는 시도가 있었고, 이는 특히 베네치아의 상업·외국인 관련 재판소들에서 볼 수 있다. 상인·길드 엘리트는 "상업 사건에 대한 신속·요약 절차(summary procedure)" 등 특권을 요구했고, 도시는 이들을 유치·유지하기 위해 특정 집단(예: 외국 상인, 특정 길드)에 유리한 사법 특권을 부여했지만, 이는 곧 "어느 집단에 얼마나 특혜를 줄 것인가"를 둘러싼 정치 갈등으로 이어졌다.

베네치아에서는 외국 상인 재판을 담당하는 'Giudici del Forestier(외국인 법정)'과 상인 전체를 관할하는 'Consoli dei Mercanti(상인재판소)' 등 여러 재판소 사이에서 관할권과 이해가 충돌했고, 각 기관 뒤에는 서로 다른 상업 집단의 이해가 놓여 있었다. 반복되는 패턴은 다음과 같았다. ① 상인·길드가 도시 자치권 획득 → ② 세금·통행세·시장 규제 권한 장악 → ③ 자기 집단에 유리한 특권·면세·규제 설계 → ④ 배제된 집단·귀족·지방 세력의 반발과 폭력·쿠데타 → ⑤ 공직 자격 규제·회전·사법 분할 등 '공정성 장치' 도입 → ⑥ 시간이 지나면 다시 특정 상인 엘리트가 제도 장악. 이 순환이 다양한 코뮌에서 관찰되었다. 플로렌스의 경우 1293년 '정의의 법령(Ordinances of Justice)'을 도입해 귀족 가문을 공직에서 배제하고 길드 구성원만 참여할 수 있도록 했지만, 결국 메디치 가문 같은 특정 상인 가문이 실질적 권력을 독점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오늘날 정부의 다주택 공직자 배제 조치는, 플로렌스의 '정의의 법령'처럼 이해충돌을 차단하려는 시도다. 그러나 중세 코뮌의 경험이 보여주듯, '고가'와 '과다'의 기준이 불명확하면 해석 여지가 커지고, 부부 공동명의나 가족 명의를 어디까지 포함할지에 따라 실효성이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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