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청랑 세상 식견/청랑 이슈 식견

카공족을 두고 갈라지는 카페 전략, 로마 목욕탕에서 배우는 공간의 운명

by JWS 2025. 9. 1.

카공족에 제재와 수용을 선택하는 카페 업체들

카페업계가 ‘카공족’을 두고 제재와 수용 사이에서 전략을 갈라 고객 체류형 소비에 맞춘 새 균형점을 찾고자 한다.스타벅스는 다인석 양보 권고, 데스크톱·프린터·칸막이·멀티탭 사용 금지, 장시간 자리 비움 시 소지품 지참 권유 등 ‘카공족 가이드라인’을 도입하고 직원의 구두 주의를 지침화해 공간 충돌을 조율하려 한다.

반면 일부 브랜드는 ‘카페 밀’ 수요를 겨냥해 장시간 체류를 매출로 잇는 전략을 택했고, 투썸플레이스의 샌드위치·베이글+아메리카노 세트가 1~7월 전년 대비 30% 성장하는 등 식사형 메뉴 강화로 효과를 보고 있다. 투썸의 스터디존, 할리스의 스마트 오피스형 좌석, 메가MGC커피의 전용좌석 등 ‘공간 설계’ 경쟁이 확산하며 콘센트 위치와 동선까지 체류·소비 흐름을 반영하려 한다. 포화 시장에서 가격 경쟁만으로는 한계가 커지자 ‘얼마나 오래 머물게 할 것인가’가 브랜드 경쟁력의 핵심 지표로 부상했다. 과거 로마인이 사랑했던 목욕탕도 점점 그 목적이 변질되어갔다.

데스크탑을 설치하고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는 카공족


로마인이 사랑했던 목욕탕

고대 로마 제국을 대표하는 문화 시설 중 하나인 테르마(Thermae)는 단순한 목욕 시설을 넘어 로마 사회의 핵심적인 공공 인프라였다. 로마인들에게 테르마는 하루의 피로를 씻어내는 곳이자, 사회적 지위를 떠나 모든 계층이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었다. 테르마의 가장 큰 매력은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대중성에 있었다. 입장료는 최소 단위 화폐로 책정되어 평민들도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었고, 어린이들은 종종 무료로 입장할 수 있었다.

이러한 접근성 덕분에 테르마는 계층과 신분을 초월한 로마 시민들의 만남의 장소가 되었다. 로마인들의 테르마 사랑은 그들의 일상 패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오후가 되면 로마 시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테르마로 향했고, 이곳에서 몇 시간씩 머무르며 목욕과 함께 다양한 활동을 즐겼다. 냉탕(프리지다리움)에서 시작해 미지근한 물의 온탕(테피다리움)을 거쳐 뜨거운 열탕(칼다리움)으로 이어지는 체계적인 목욕 과정은 로마인들에게 일종의 의식과도 같았다. 최첨단 기술인 히포카우스트 난방 시스템은 건물 전체를 따뜻하게 유지해 추운 겨울에도 쾌적한 환경을 제공했다. 

로마시대 목욕탕 모습


목욕탕은 현재의 카페같은 공간이었다

현대의 카페가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곳이 아니라 사람들이 만나고, 일하고, 휴식하는 복합 공간인 것처럼, 로마의 테르마도 목욕 이상의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종합 문화 공간이었다.테르마 내부에는 목욕 시설 외에도 운동장인 팔라에스트라가 있어 시민들이 체육 활동을 즐길 수 있었다. 도서관에서는 독서와 학습이 이루어졌고, 아름다운 정원에서는 산책과 사색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간식 판매대에서는 가벼운 음식과 음료를 구입할 수 있어, 마치 현재의 복합 쇼핑몰이나 카페처럼 다양한 욕구를 한 곳에서 해결할 수 있었다. 사교 공간으로서의 테르마의 역할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현재 카페에서 사람들이 만나 대화를 나누고 네트워킹을 하듯이, 테르마에서도 정치, 경제, 문화에 관한 다양한 정보와 의견이 교환되었다. 원로원 의원부터 일반 시민까지, 평소라면 만나기 어려운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이곳에서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이는 로마 사회의 소통과 통합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엄격한 운영 규정도 현재의 공공장소와 유사한 면이 있다. 소란 행위 금지, 부적절한 상행위 제재 등의 규칙은 모든 이용자가 쾌적하게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현대적 매너와 다르지 않다. 성별과 시간대별 구분 이용은 당시의 사회적 관습을 반영한 것으로, 질서 있는 공간 운영을 위한 체계적 관리였다.테르마는 로마인들에게 단순한 위생 시설이 아니라, 일상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며, 문화적 활동을 즐기는 '제3의 공간'이었다.

현재 남아있는 로마시대의 목욕탕


공용 목욕탕의 목적이 변질되다

로마 테르마의 성공은 동시에 그 한계를 드러내는 계기가 되었다. 무료 또는 극히 저렴한 이용료로 운영되는 황제들의 공중목욕탕에서는 본래의 목적과 다른 양상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장시간 거주 문제는 가장 먼저 대두된 이슈였다. 입장료가 최소 단위 화폐인 한 코드란트에 불과해 거의 무료에 가까웠기 때문에, 경제적 부담 없이 하루 종일 머무르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목욕뿐만 아니라 독서, 사교 활동, 식사, 운동 등을 할 수 있는 복합 공간이었기에, 일부 이용자들은 마치 현재의 카공족처럼 테르마를 제2의 거주지로 여기기 시작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목욕탕이 단순한 위생 시설을 넘어 '쾌락의 장소'로 변질되었다는 점이었다.

목욕탕 내부에는 목욕하는 여인상이나 비너스 여신상 등이 장식되어 있었고, 일부 목욕탕에서는 매춘의 장소로까지 사용되었다. 건전한 사교와 문화 활동의 공간으로 기획되었던 테르마가 점차 퇴폐적인 분위기로 변해간 것이다. 위생 문제도 심각했다. 물을 수시로 갈지 못하는 기술적 한계로 인해 목욕탕이 각종 세균과 기생충의 온상이 되었다. 깨끗한 목욕을 목적으로 만든 시설이 오히려 전염병의 전파 경로가 되어버린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했다. 많은 사람들이 같은 물을 공유하면서 질병의 확산은 피할 수 없는 결과였다.로마 후기에는 기독교의 확산과 함께 나신을 드러내는 것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퍼지면서, 목욕탕의 사치스러운 운영과 퇴폐적 분위기가 사회 문제로 대두되었다. 일부에서는 "로마제국 말기의 사치스럽고 퇴폐적인 목욕문화 때문에 로마가 망했다"는 주장까지 제기되었을 정도였다.

 

청랑이 추천하는 다른 글을 읽고 싶다면 클릭하세요!
 

이재용·최태원 등 부자가 단독 주택을 선호하는 이유는? : 청랑

부자는 단독 주택을 선호하는 이유는?한국 최고 부자인 삼성 이재용 회장은 삼성미술관 리움 바로 옆 단독주택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1991년 10월 지은 단독주택인데, 2012년 3월에야 입주한 것으

jwsbooks.com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