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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랑 세상 식견/청랑 이슈 식견

케이팝 데몬 헌터스와 아테네 연극의 공통점, 문화가 불러온 역사 기억

by JWS 2025. 9. 26.

문화의 힘이 역사를 환기하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가 세계적 흥행을 하자 틱톡에서 일본의 전쟁범죄·식민지 만행을 규탄하는 댓글이 급증했다. 한 해외 이용자가 작품 속 호랑이 캐릭터를 계기로 ‘한국 호랑이’를 검색해 일제강점기 일본의 조직적 포획·토벌로 멸종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소개한 영상이 120만 조회, 좋아요 18만을 기록했다다. 댓글란에는 위안부의 연령대, 강제혼 등 일제의 인권침해 사례가 연달아 소환되며 “사과가 없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일부는 일본 교과서·기억정치 문제가 지적되었고, “이미지 세탁(리브랜딩)” 비유가 등장했다. 한국 내에서도 “문화의 힘이 역사를 환기했다”는 반응이 확산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해당 작품에는 일본 소니 픽처스가 공동 제작사로 참여해, 일본 자본이 관여한 콘텐츠가 일본의 과거사를 역으로 부각시키는 결과가 나왔다. 논쟁의 촉발점은 콘텐츠이지만, 확산은 틱톡 알고리즘과 숏폼 밈 소비 패턴이 가속했다. 온라인 담론은 ‘생태(호랑이)–인권(위안부)–제국주의’로 주제를 확장하며 역사 재해석 경쟁 구도로 번졌가고 있다. 동시에 ‘팩트 검증’과 ‘감정적 규탄’이 뒤섞여 자료 신뢰성 논쟁도 병행되고 있다고 한다. 종합하면 글로벌 플랫폼의 바이럴이 문화상품→역사기억 소환→국제 여론 형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고대 아테네에서도 "페르시아"연극을 통화 아테네 인들에게 역사의 기억을 소환했다.


고대 연극 "페르시아인들"

기원전 472년 아테네의 디오니소스 극장에서 초연된 아이스킬로스의 〈페르시아인들〉은 단순한 승전 기념작이 아닌 복합적이고 정교한 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작품이었다. 이 연극은 살라미스 해전에서 그리스가 페르시아를 물리친 지 불과 8년 후에 무대에 올려졌는데, 당시 아테네 시민들에게는 여전히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사건을 다룬 것이었다. 〈페르시아인들〉의 가장 독특한 특징은 승자인 그리스가 아닌 패자인 페르시아의 시각에서 전쟁을 바라본다는 점이다. 무대 위에는 페르시아의 궁궐이 펼쳐지고, 페르시아의 왕비 아토사와 신하들이 크세르크세스 왕의 소식을 기다리며 불안해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전령이 살라미스 해전의 참패 소식을 전하면서, 페르시아 궁정은 절망과 탄식으로 가득 차게 된다.하지만 아이스킬로스는 단순히 적국의 고통을 조롱하거나 그리스의 승리를 자축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페르시아의 몰락을 통해 그리스, 특히 아테네 시민들이 자신들의 가치와 정체성을 재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페르시아는 전제왕정의 나라로, 크세르크세스 한 사람의 오만과 무모함이 전체 국가를 파멸로 이끌었다고 묘사했다.

반면 그리스는 자유로운 시민들이 조국을 지키기 위해 자발적으로 나선 나라로 그렸다.
연극 속에서 페르시아인들은 사치와 부패, 감정적 무절제의 상징으로 나타납니다. 그들의 군대는 수적으로는 압도적이지만 정신적으로는 나약하며, 왕의 명령에 맹목적으로 복종할 뿐 진정한 용기나 애국심을 갖지 못한 존재로 묘사됩니다. 이와 대조적으로 그리스인들은 절제와 질서, 용기의 화신으로 제시됩니다. 특히 아테네인들은 민주정 체제 하에서 자유와 조국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는 진정한 시민의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이러한 대조를 통해 아이스킬로스는 살라미스 해전의 승리가 단순한 군사적 우연이 아니라 정치제도와 시민정신의 우월성이 가져온 필연적 결과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아테네 시민들은 자신들의 민주정 체제와 시민적 덕목이 얼마나 소중하고 강력한 것인지를 연극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동시에 〈페르시아인들〉은 페르시아의 고통과 슬픔을 진정성 있게 그려냄으로써 승리의 오만함을 경계하는 메시지도 담고 있었습니다. 페르시아 왕비의 애가와 코러스의 탄식은 단순한 적국 비하가 아니라 인간적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장면들이었다. 이를 통해 아테네 시민들은 승리가 신의 은총이며, 인간의 오만함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성찰하게 되었다.


연극이 아테네인들에게 심어준 것은?

〈페르시아인들〉이 아테네 시민들에게 미친 영향은 단순한 오락이나 예술적 감동을 넘어서는 것이었다. 이 연극은 디오니소스 축제라는 공적 행사의 일환으로 상연되었기 때문에 아테네의 모든 시민 계층이 참여하는 사회적 의례의 성격을 띠고 있었다. 따라서 이 작품이 전달하는 메시지는 개인적 차원을 넛어 집단적 의식과 정체성 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첫 번째로 연극은 아테네인들에게 강력한 집단 정체성을 심어주었다. 페르시아와의 대비를 통해 아테네 시민들은 자신들이 누구인지, 무엇을 위해 싸워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인식하게 되었다. 그들은 단순히 아테네라는 도시국가의 거주자가 아니라 자유와 민주주의의 수호자라는 숭고한 사명감을 갖게 되었다.

이러한 정체성은 이후 아테네가 델로스 동맹을 이끌며 그리스 세계의 패권을 장악하는 정신적 기반이 되었다.
두 번째로 연극은 아테네의 정치체제에 대한 자긍심과 확신을 강화했다. 페르시아의 전제왕정이 크세르크세스 개인의 오만함 때문에 파멸했다는 서사를 통해, 아테네인들은 자신들의 민주정 체제가 얼마나 우수하고 안정적인지를 재확인시켰다. 한 사람의 독단이 아닌 시민들의 집단적 의사결정이야말로 진정한 힘의 원천이라는 믿음이 더욱 굳어졌다. 세 번째로는 시민적 덕목에 대한 교육적 효과였다. 연극 속 그리스인들이 보여주는 용기, 절제, 조국애는 아테네 시민들이 추구해야 할 이상향으로 제시되었다. 특히 개인의 사적 이익보다는 공동체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시민정신이 강조되면서, 아테네인들은 진정한 시민이 되기 위해 어떤 자질을 갖추어야 하는지를 배우게 되었다. 네 번째로 연극은 집단적 기억의 형성과 전승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살라미스 해전이라는 역사적 사건이 단순한 사실이 아닌 의미 있는 서사로 재구성되면서, 이는 아테네인들의 집단적 기억으로 자리잡게 만들었다.

이후 세대들은 이 연극을 통해 조상들의 영웅적 행위를 기억하고, 그 정신을 계승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게 되었다.
다섯 번째로는 도덕적 성찰과 겸손함을 심어주었다. 페르시아의 비극적 몰락을 목도하면서 아테네인들은 승리의 기쁨과 함께 인간 존재의 한계와 신의 섭리에 대한 경외심을 갖게 되었다. 아무리 강력한 제국이라도 오만함과 무절제에 빠지면 몰락할 수 있다는 교훈을 통해, 그들은 자신들의 성공에 도취되지 않고 항상 경계심을 유지해야 한다는 지혜를 얻었다. 마지막으로 연극은 정치적 감정의 공론화와 조정 기능을 수행했다. 전쟁에 대한 복잡하고 상충되는 감정들 - 승리의 기쁨, 적에 대한 분노, 동시에 인간적 연민 등을 공개적으로 표출하고 공유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제공했다. 이를 통해 아테네 시민들은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에서 느끼는 다양한 감정들을 건전하게 처리하고 승화시킬 수 있다. 결국 〈페르시아인들〉은 아테네인들에게 자신들이 누구이며, 무엇을 지켜야 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종합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셈이다. 이는 단순한 예술작품을 넘어서 아테네 민주주의의 정신적 토대를 강화하고 시민교육을 실시하는 강력한 정치적 도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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