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 비용이 논란이 되다
서울 초등학교 수학여행 비용이 학교별로 최대 17배 넘게 차이 나는 것으로 나타나, 교육 형평성과 학부모 부담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열린 서울교육' 자료 분석에 따르면, 서울 서대문구 A초등학교는 4박 5일 동남아 수학여행을 진행해 1인당 289만5000원의 경비가 들었고, 대상 학생 95명 가운데 81명이 참가했다. 반면 동대문구 B학교는 1박 2일 경기권 수학여행을 진행해 1인당 16만9400원이 소요됐으며, 대상 학생 104명 중 89명이 참여했다. 두 학교의 1인당 경비 차이는 17배를 넘었고, B학교는 동대문구청 교육지원사업을 통해 700만원을 지원받아 학생 부담을 낮춘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격차는 여행 지역과 기간 차이뿐 아니라 지자체 지원 여부, 숙박·체험 프로그램 구성, 항공 이동 유무 등에 따라 크게 벌어진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에는 강원도 2박 3일 중학교 수학여행 경비가 60만6000원이라는 학부모 글이 온라인에서 논란이 됐고, 이후 해당 학교가 결국 수학여행을 취소한 것으로 다시 확인됐다. 결국 이번 논란의 핵심은 수학여행이 교육활동이라는 공공성을 띠면서도 학교별 편차가 지역별 소득수준으로 이어지고, 비싼 비용을 지불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를 둘러싼 의문이다. 수학여행 말 그대로 배우는 여행에 비용 부담을 느끼는 학부모들에게, 2,000년 전 로마 정치가 키케로의 그랜드 투어로 답을 찾아보자.

로마 귀족의 필수 코스, 그리스 유학
기원전 1세기 로마 공화정 시대, 귀족 자제들에게 그리스 여행은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필수 교육 과정이었다. 키케로(Cicero, 기원전 106-43년)는 젊은 시절 아테네, 로도스, 아시아(소아시아) 등 그리스 문화권을 순회하며 철학, 수사학, 법학을 배웠다. 이 여행은 로마 귀족 사회에서 "교양인(humanitas)"으로 인정받기 위한 통과의례였다. 아테네에서는 철학자들의 강연을 듣고, 로도스에서는 웅변술을 연마했으며, 델피·올림피아 같은 성지를 방문해 그리스 문명의 정수를 체험했다. 이런 교육 여행은 막대한 비용이 들었다. 수개월에서 수년간의 여행 경비, 숙박비, 교사(철학자·수사학자) 수업료, 노예 수행원 비용 등을 감당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최상층 귀족뿐이었다. 평민이나 중산층 자제들은 이런 여행을 꿈도 꿀 수 없었다. 키케로 역시 부유한 기사 계급 출신이었기에 가능했던 경험이었다. 그리스 여행은 단순히 지식을 배우는 것을 넘어, 로마 정계에서 활동하기 위한 "문화 자본"을 축적하는 과정이었다. 그리스어 구사 능력, 철학적 교양, 수사학적 기술은 원로원 연설과 법정 변론에서 필수였고, 이를 갖추지 못한 자는 아무리 재능이 있어도 상층 정치 무대에 진입하기 어려웠다.

수학 여행이 만든 계급 재생산
키케로의 그랜드 투어가 보여주는 핵심은, 교육 여행이 계급을 재생산하는 메커니즘이었다는 점이다. 비싼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가문의 자제들만이 그리스 문명을 체험하고, 이를 통해 로마 사회의 지배 계급으로 성장했다. 평민 자제들은 아무리 똑똑해도 이런 기회를 얻을 수 없었고, 결과적으로 정치·법조·문화 분야에서 배제되었다. 그리스의 백색 건물과 푸른 바다가 펼쳐진 풍경은 키케로가 체험한 세계를 상기시키며, 그의 여행이 단순 관광이 아닌 문화·정치 자본 축적 과정이었음을 보여준다. 키케로의 여행은 첫째, 교육 여행은 단순한 여가가 아니라 문화·정치 자본을 축적하는 중요한 과정이었다. 둘째, 이 기회가 경제력에 따라 차등 제공되면 계급이 재생산되었다. 2,000년이 지난 지금도 수학여행은 몸과 마음을 닦으며 가는 여행이지만 돈이 없으면 많은 경험을 할 기회를 놓칠 수는 것은 변함이 없다.
| 청랑이 추천하는 다른 글을 읽고 싶다면 클릭하세요 |
늘어나는 황금 연휴 여행: 과거와 현재, 여행의 목적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배움보다 휴식과 자랑이 되어버린 여행정부는 27일을 임시공휴일로 정하면서 적게는 6일 많게는 9일까지 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연휴가 길어지면서 해외로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도 늘었습니다.
jwsmento.com
'청랑 세상 식견 > 청랑 이슈 식견'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송민호 병역 의무 위반, 조선 시대의 군역 제도는 어땠을까? (0) | 2026.05.05 |
|---|---|
| 삼성 노조 내부 분열로 탈퇴, 노노갈등의 뿌리는? (0) | 2026.05.04 |
| 교육부의 심야교습 단속, 과거 상류층이 보딩 스쿨을 보낸 이유 (1) | 2026.04.18 |
| 맥도날드에서 피어난 인류애, 고대 그리스가 노인 방치를 처벌한 까닭은? (0) | 2026.04.03 |
| 토스 이승건 대표 주거비 지원에 숨겨진 의미 (1) | 2026.04.0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