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회복 소비쿠폰 외국인 지원 논란, 과거 네덜란드가 보여주는 이방인의 혜택 문제

외국인 소비쿠폰에 감사했지만 논란일어

충남 청양군이 지급한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캄보디아어로 자신을 소개한 한 이주민 여성이 SNS에 인증하며 “감사해 대한민국”이라고 남긴 사진이 확산됐다. 태극기와 하트 이모티콘이 함께 달린 인증샷에는 축하와 환영 댓글도 많았지만, 일부 네티즌은 혐오 발언을 쏟아내며 논란을 일으켰다. 이에 지자체는 귀화자·영주권자·결혼이민자·난민 인정자 등 건강보험 가입자 자격을 갖춘 이주민도 당연히 지급 대상임을 재차 설명했다. 혐오 댓글이 확산되자 해당 게시물에는 “당연히 받아야 한다”는 응원과 “혐오가 부끄럽다”는 반성의 댓글이 잇따랐다. 외국인을 향한 사회적 시선과 지원 정책을 둘러싼 이런 갈등은 과거 다른 나라에서도 반복된 바 있다. 예를 들어, 17세기 네덜란드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다.

충남의 한 지역에서 민생회복 소비쿠폰 수령을 인증한 외국인 주민. /소셜미디어 스레드

---

프랑스에서 박해받은 위그노, 네덜란드에 정착하다

1685년 루이 14세가 낭트 칙령을 폐지하면서 프랑스 내 개신교도인 위그노들은 신앙의 자유를 완전히 잃었다. 이로 인해 약 20만 명의 위그노가 프랑스를 떠나야 했고, 이중 상당수가 종교적 관용 정책으로 유명한 네덜란드로 망명했다. 암스테르담과 로테르담 같은 주요 항구 도시들은 위그노 난민들에게 특별한 배려를 보였다. 시 당국은 도착 즉시 임시 거주 허가를 발급하고, 정착 초기 3개월간 기본 생활비를 지원했다. 또한 위그노들의 전문 기술을 파악해 현지 상인이나 공방과 연결시켜주는 직업 알선 서비스도 운영했다.이들의 정착은 네덜란드 경제에 즉각적인 활력을 불어넣었다. 프랑스에서 온 숙련된 견직물 장인들은 암스테르담 방직업의 품질을 한 단계 끌어올렸고, 제지업 전문가들은 새로운 인쇄 기술을 도입해 출판업 발달에 기여했다.

특히 시계 제작, 보석 세공, 가구 제작 등 고급 수공예 분야에서 위그노 장인들의 기술력은 네덜란드 제품의 유럽 내 명성을 높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정착에 성공한 위그노들 중 일부는 5년 후 완전한 시민권을 획득했고, 이들은 지방 의회 선거에 참여하며 정치적 발언권도 확보했다. 암스테르담에는 위그노 전용 교회 12곳이 세워졌고, 프랑스어로 교육하는 초등학교 8곳도 문을 열어 공동체의 문화적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프랑스에서 추방당하는 위그노들

---

네덜란드 위그노 지원 정책에 자국민 불만 속출하다

관대한 난민 지원 정책은 예상치 못한 사회적 갈등을 야기했다. 네덜란드 정부가 위그노들에게 제공한 혜택은 상당했다. 정착 지원금으로 가구당 월 15굴덴(당시 숙련공 월급의 절반 수준)을 3개월간 지급했고, 사업 개시 자금으로 최대 100굴덴까지 무이자 대출을 해주었다. 또한 위그노 상인들에게는 5년간 영업세를 50% 감면해주는 특혜도 주어졌다. 이런 파격적 지원은 곧 토박이들의 반발을 샀다. 암스테르담 상인조합은 "외국인들이 세금 혜택까지 받으며 불공정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시 당국에 항의했다.

특히 방직업과 제지업에 종사하던 네덜란드 장인들은 "위그노들이 더 싼 값에 같은 품질의 제품을 만들어 우리 생계를 위협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주택 문제도 심각했다. 위그노 유입으로 암스테르담 임대료가 1년 새 30% 이상 급등했고, 서민층 거주지역까지 집값이 오르면서 토박이 서민들의 주거 부담이 가중됐다. 로테르담에서는 일자리를 놓고 위그노와 현지인 간 충돌이 발생해 시 당국이 야간 통행금지령을 내리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복지 예산 배분이었다. 위그노 지원에 연간 50만 굴덴이 투입되면서, 기존 빈민 구제 예산이 20% 삭감됐다. 이로 인해 토박이 빈민층은 "정부가 외국인만 챙기고 자국민은 버린다"며 거센 항의를 벌였다. 1687년부터 암스테르담 시내에서는 매주 일요일마다 "네덜란드인 우선" 구호를 외치는 집회가 열렸고, 일부는 위그노 상점 앞에서 불매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이런 사회적 긴장이 고조되자 헤이그 의회에서는 난민 지원 정책의 전면 재검토 논의가 시작됐고, 여러 지방 의회도 위그노 관련 예산 삭감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공존을 위한 정책은 어떤 기준과 태도를 바탕으로 설계되어야 할까요?

 

청랑이 추천하는 다른 글을 읽고 싶다면 클릭하세요!

잘못된 정책은 어떤 결과로 나타날까? : 청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