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강대국 미국을 상대로 우방국 공격에 나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이 시작된 뒤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곳으로 아랍에미리트(UAE)가 지목되면서, "직접 전장보다 더 큰 장기 손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영국 국제문제전략연구소(IISS)는 개전 이후 이란이 UAE를 향해 미사일·드론 1936기를 발사했다고 분석하며, 이 수치가 이스라엘을 향한 발사량을 웃돈다고 지적했다. UAE 국방부는 이란발 발사체의 90% 이상을 요격했다고 발표했지만, 현재까지 사망 8명과 부상 140여 명이 발생해 걸프 국가 중 인명 피해가 가장 큰 수준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피해 규모보다 타격 범위가 더 넓다는 점으로, 이란은 미군 기지나 미국 관련 시설뿐 아니라 두바이금융지구(DIFC), 두바이국제공항, 제벨알리 항구, 푸자이라 석유 수출 터미널, 아부다비 유전, 고급 호텔 등 UAE의 핵심 인프라를 다층적으로 겨냥했다. 이란은 푸자이라 공격 후 "UAE 내 항구·부두·도시 곳곳에 숨겨진 미군 발사기지를 타격할 권리"를 주장하며 공세를 정당화했다.
하지만 미국의 군사시설이 UAE에만 있는 것이 아닌데도 UAE가 집중 표적이 된 것은 '불안 효과'를 극대화해 상업·관광·투자 허브의 신뢰를 흔들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 싱크탱크들은 UAE가 고가치 군사 자산과 상업 허브가 밀집해 '적은 비용으로 최대 혼란'을 만들기 쉬운 표적이라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또한 UAE가 2020년 아브라함 협정 이후 이스라엘과 관계 개선에 적극적이었던 점이 이란의 '본보기 공격' 동기로 거론되며, "이스라엘과 가까워지면 대가를 치른다"는 메시지를 확산하려는 계산이 깔렸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전쟁이 끝나더라도 "가장 안전한 투자·관광지"라는 UAE의 핵심 브랜드가 회복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실제로 외국인 이탈 조짐도 거론된다. 기원전 632년 춘추시대 패권 경쟁에서 상대의 동맹국을 우회 타격해 전장의 주도권을 장악한 진나라의 사례를 살펴보자.

동맹국 포위로 패권국을 시험하다
기원전 7세기, 북방의 전통적 강대국인 진(晉)과 남방에서 맹렬히 북상하던 신흥 강국 초(楚)는 중원의 패권을 두고 대립했다. 두 강대국 사이에는 송(宋), 위(衛), 조(曹), 정(鄭) 등의 소국들이 자리 잡고 있었으며, 이들은 거대 양단의 세력 확장을 위한 '완충지대'이자 '체스판의 말' 역할을 했다. 중원 진출을 노리는 초 성왕은 북방의 맹주인 진나라 본토를 직접 치는 대신, 진나라의 핵심 우방이자 교통의 요지인 송(宋)나라를 포위했다. 이는 현대전에서 적국의 핵심 동맹국이나 주요 기지를 타격하는 것과 같았다. 진나라의 대응을 강제하면서도 본토 직접 충돌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하고, 진나라의 '동맹 보호 능력'을 시험하여 중원 소국들에게 진나라의 무능을 과시하려는 의도였다. 송나라는 다급하게 진나라에 구원을 요청했다. 초나라의 포위가 장기화되면서 송나라 내부의 식량과 민심이 바닥나기 시작했고, 진나라가 구원에 나서지 않으면 송나라는 초나라에 항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적의 동맹을 끊어 전장 주도권을 쥐다
송나라의 다급한 구원 요청에도 불구하고, 진 문공(晉文公)은 초나라 주력군이 진을 치고 있는 송나라로 직행하지 않았다. 대신 초나라의 우방이자 위성국인 위(衛)나라와 조(曹)나라를 전격적으로 침공하여 점령해버렸다. 이는 손자병법에 나오는 '위위구조(圍魏救趙, 위나라를 포위하여 조나라를 구한다)'의 원형이 되는 전략이다. 초나라의 주력을 피하면서 적의 약한 고리(초의 위성국)를 끊어버림으로써, 초나라가 송나라 포위를 풀고 자신의 동맹을 구하러 오도록 전장(Battlefield)의 주도권을 쥔 것이다. 초나라 군대는 결국 송나라 포위를 풀고 진나라 군대를 쫓아 북상했다. 이때 진 문공은 훗날 명분 축적과 유인 전술의 대명사가 된 '퇴피삼사(退避三舍, 적을 피해 90리를 물러남)'를 실행하여 지형적 유리함을 점한 뒤, 성복(城濮)에서 초나라 군대를 궤멸시켰다. 진 문공은 과거 초나라에 망명해 있을 때 초 성왕에게 "만약 전장에서 만나면 90리를 물러나겠다"고 약속한 바 있었다. 이 약속을 지킴으로써 명분을 확보하고, 동시에 초나라 군대를 유리한 지형으로 유인한 것이다.
이 결전의 승리로 진 문공은 천자로부터 패자로 공식 인정받으며 진나라의 패권을 확립했고, 초나라의 북진은 이후 수십 년간 좌절되었다. 핵심은 진 문공이 초나라 본토를 직접 공격하지 않고, 초나라의 동맹국을 타격해 초나라가 전장을 선택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는 점이다. 오늘날 이란이 미국 본토 대신 UAE를 집중 타격하는 전략은, 2,600년 전 초나라가 진나라 대신 송나라를 포위했던 구조와 정확히 일치한다. 본토 직접 타격의 회피(Total War 리스크 관리), 동맹 및 대리세력을 통한 압박, 우회 타격과 비례적 대응이라는 메커니즘은 시대를 관통하는 패권 경쟁의 문법이다. UAE가 "가장 안전한 투자·관광지"라는 브랜드를 잃는 것은, 송나라가 초나라에 항복할 뻔했던 것처럼 미국의 '동맹 보호 능력'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는 순간이다. 거대 권력 간의 패권 경쟁에서 동맹국은 언제나 가장 먼저 타격받는 체스판의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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