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수능속에 만점자가 말한 비법
2025학년도 수능 성적표가 배부된 5일, 광주 서석고 3학년 최장우 군이 국어·수학·사탐 최고 표준점수와 영어·제2외국어 1등급을 모두 확보해 만점을 기록했다. ‘불수능’ 속에서도 그는 “미리 생각해 두자” 원칙과 플래너 기반 실천–점검 루틴으로 학습 효율을 끌어올렸다고 밝혔다. 국어는 다독으로 독해력을, 수학은 선행보다 개념의 근본 이해에 집중해 문제풀이 기술 의존도를 낮췄다. 사회탐구는 계산·상황판단 난도가 높은 경제와 사회문화를 택해 ‘암기형’ 과목 대비 체계적 풀이 전략을 구사했다. 9월 모의고사 부진으로 흔들렸으나 후속 모의에서 자기 피드백으로 평정심을 회복했다. 학생회장·광주학생의회 의장 등 대외활동 경험은 시험장 긴장 완화와 발표·토론 기반의 사고력 유지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사교육은 중학교 국수, 고교 2~3학년 수학에 한해 제한적으로 활용했으며, 여가는 주 1편 영화 감상으로 스트레스를 관리했다. 최 군은 행정고시를 통해 공직 진출을 목표로 하며 “지금에 연연하지 말고 원하는 길을 꾸준히 가라”고 후배들에게 조언했다. 광주에선 2016학년도 이후 10년 만의 수능 만점자이며, 전국 기준 서울 3명·전북 1명·광주 1명으로 집계됐다. 최 군은 현재 서울대 경제학부 수시 면접을 마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고대 아테네에서도 소피스트가 되기 위해 수능만점자만큼이나 맹 훈련을 했었다.

그리스의 교육집단 소피스트
기원전 5세기, 페르시아 전쟁의 승리로 자신감을 얻은 아테네는 전례 없는 민주주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민회에서 시민 누구나 발언할 수 있었고, 법정에서는 배심원 수백 명 앞에서 자신을 변호해야 했다. 이런 시대에 지방에서 온 떠돌이 교사들이 아테네 광장에 나타나 파격적인 제안을 던졌다. "돈을 내면 정치와 법정에서 이기는 법을 가르쳐주겠다." 이들이 바로 소피스트였다. 원래 '현자'를 뜻하던 이 말은, 유료로 지식을 파는 이 새로운 직업인들을 가리키게 됐다. 아브데라 출신 프로타고라스는 "인간은 만물의 척도"라는 상대주의 철학으로, 절대 진리 대신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설득의 기술을 강조했다. 레온티니에서 온 고르기아스는 화려한 웅변으로 청중을 사로잡으며 "말의 힘"을 입증했다. 엘리스의 히피아스는 수학에서 천문학까지 백과사전적 지식을 자랑했고, 케오스의 프로디쿠스는 미묘한 어휘 차이를 구분하는 법을 가르쳤다. 이들의 공통점은 명확했다. 추상적 진리 탐구보다 실용적 성공에 집중했고, 귀족 혈통이 아니라 배운 기술로 출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자연(physis)과 관습(nomos)을 구분하며 기존 질서에 의문을 던졌고, 어떤 주제든 양쪽 입장을 모두 옹호할 수 있는 '안티로기아(양면 논증)' 기법을 개발했다. 민주정 아테네에서 이런 교육은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부유한 집안 자제들은 앞다퉈 소피스트에게 거액을 지불하며 정치 입문을 준비했다.

소피스트가 되기 위한 특훈
소피스트의 교실에는 칠판도 교과서도 없었다. 대신 모의 법정이 열렸고, 학생들은 매일 말하고 쓰고 겨뤘다. 진리를 암송하는 게 아니라 청중을 설득하는 '기술'을 몸에 익히는 것, 그것이 소피스트 교육의 핵심이었다. 가장 대표적인 훈련은 모의 재판과 민회 연설이었다. 교사는 실제 사건을 각색해 시나리오를 만들고, 학생들에게 원고, 피고, 변호인, 청중 역할을 배정했다. 각자 연설문을 준비한 뒤 발표하면, 스승은 논리 구조부터 증거 활용, 감정 호소 방식, 발성과 몸짓까지 세밀히 비평했다. 청중 역할 학생들은 "누가 더 설득력 있었는지" 평가하며 즉각적인 피드백을 제공했다. 이론 강의가 아니라 실전처럼 부딪히며 배우는 방식이었다. '안티로기아' 훈련은 더욱 강도가 높았다. 하나의 쟁점, 예를 들어 "민중정이 최선의 정치 체제인가?"를 놓고, 첫날은 찬성 연설을, 다음 날은 반대 연설을 준비해야 했다. 같은 사안을 정반대 관점에서 논증하며 논점 재구성, 우선순위 전환, 어휘 선택의 미묘한 차이를 체득하게 했다. 진실보다 설득력, 신념보다 전략이 우선이었다. 짧은 텍스트를 활용한 모방 연습도 빠지지 않았다. 교사는 유명 시인의 구절이나 격언을 제시하고, "이 격언이 옳다는 것을 설득해 보라"는 과제를 냈다.
학생들은 도입-서술-논증-결어라는 기본 구조를 지키며 짧은 연설문을 작성했고, 교사는 논거 배치, 예시 사용, 리듬과 반복 같은 수사 장치를 어떻게 개선할지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즉흥 연설 훈련은 가장 가혹했다. 갑작스럽게 주제가 주어지면 짧은 준비 시간, 때로는 전혀 준비 없이 바로 말해야 했다. 실제 민회나 법정에서 예상치 못한 질문에 대응하고, 제한된 시간 안에 핵심을 구조화하는 능력을 기르기 위함이었다. 발표가 끝나면 곧바로 내용, 구조, 태도에 대한 날카로운 코멘트가 쏟아졌다.소규모 그룹 토론과 역할극도 자주 활용됐다. 한 학생은 정치가, 다른 학생은 반대파, 또 다른 학생은 시민이나 재판관 역할을 맡아 짧은 공방을 벌였다. 교사는 과정을 메타적으로 분석하며 "어느 질문이 유효했는지, 어떤 답변이 약했는지" 짚어줬다. 대규모 강연보다 이런 밀착 훈련이 훨씬 효과적이었다.이 모든 루틴의 목적은 명확했다. 진리를 탐구하는 게 아니라, 주어진 청중과 상황에서 "어떻게 말해야 이기는가"를 몸에 각인시키는 것. 반복, 모방, 수정, 재발표의 사이클을 통해 설득을 하나의 기술로 체득하게 만들었다. 현대 학자들은 이 실전 중심 교육 모델이 이후 헬레니즘과 로마 시대 수사학 교육의 직접적인 원형이 됐다고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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