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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랑 과학 식견/청랑 이슈 과학

[배경지식 한 입] 폭염 속 돼지농장을 식힌 땅과 물의 천연 냉방

by JWS 2026. 8. 30.

펄펄 끓는 폭염 속 27도 유지, 돼지농장을 구한 '천연 냉방'의 과학

전력 소모 없이 극한 더위를 극복하는 '지하공'과 '기화열'의 비밀

외부 기온이 33도까지 치솟는 폭염 속에서도 거대한 에어컨 없이 27도의 선선한 온도를 유지하는 돼지농장이 있습니다.
제주도의 지형적 특성을 활용한 천연 지하 공기와 물의 증발을 이용한 냉각 기술이 그 비결입니다.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면서 기후위기에 대처하는 자연 기반 열역학의 지혜를 살펴봅니다.

유례없는 폭염으로 올여름 수만 마리의 돼지가 폐사하는 등 축산업계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값비싼 대형 에어컨 설치만으로는 급증하는 전기료와 정전 위험을 감당할 수 없다고 경고합니다. 이 가운데, 땅속 깊은 곳의 차가운 에너지와 물의 상태 변화를 영리하게 활용하여 한 달 전기료를 300만 원 선으로 방어해 낸 제주 삼호농장의 사례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STEP 01

땅속 깊은 곳의 변하지 않는 온도, 지하공(지하 공기)

새끼를 낳는 과정에서 엄청난 열을 발산하는 어미 돼지들의 분만사를 식히는 일등 공신은 바로 '지하공'입니다. 삼호농장은 지하 50m 깊이까지 뚫은 파이프를 통해 화산섬 제주의 시원한 천연 지하 공기를 흡입한 뒤 분사기를 통해 돈사로 순환시킵니다.

Insight : 지열 에너지와 항온성

땅속 일정 깊이 이하는 외부 기상 조건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아 연중 18도 안팎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합니다. 흙과 암석이 훌륭한 단열재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이 차가운 지하 공기를 그대로 실내로 유입시키는 방식은, 자연이 내어주는 무한한 냉기를 기계식 냉방 없이 활용하는 가장 원초적이고 효과적인 기후 적응 기술입니다.

STEP 02

물이 공기를 식히는 마법, 쿨링패드와 기화열

다 자란 돼지들이 지내는 일반 비육사에는 라디에이터 원리를 응용한 '쿨링패드' 시스템이 적용되어 있습니다. 대형 압축기를 가동하는 에어컨과 달리, 소형 수조 모터만으로 패드에 물을 지속적으로 순환시키고 외부 공기가 이 젖은 패드를 통과하게 만듭니다.

Insight : 증발 냉각 (Evaporative Cooling)

액체 상태의 물이 수증기(기체)로 상태 변화를 할 때는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 뜨거운 외부 공기가 물이 흐르는 패드를 통과할 때, 패드의 물이 공기의 열을 빼앗아 증발합니다.
  • 열을 빼앗긴 공기는 순식간에 3~4도가량 차가워진 상태로 돈사 내부로 불어옵니다.
  • 이를 물리학에서는 '기화열(Heat of Vaporization)'의 흡수라고 부르며, 땀이 마를 때 시원함을 느끼는 것과 완벽히 동일한 원리입니다.
STEP 03

기후위기 시대, 에너지 효율적 적응 기술의 필요성

아쉽게도 현재 제주도는 오폐수 유입에 따른 지하수 오염 우려로 신규 지하공 시설 허가를 중단한 상태이며, 기존 시설만 엄격한 점검 하에 운용되고 있습니다. 이는 완벽해 보이는 친환경 기술일지라도 주변 생태계와의 상호작용을 세밀하게 고려해야 함을 보여줍니다.

단순히 냉방기를 틀어 온도를 낮추는 1차원적인 대응은 막대한 탄소 배출을 낳아 폭염을 다시 부추기는 악순환을 초래합니다. 삼호농장의 지혜처럼 자연의 법칙을 활용한 '에너지 효율적 기후 적응 기술'의 도입이 전 지구적 농업 환경에 시급히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고온 현상이 심화되면서 기존의 임시방편적 대응 조치는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
선제적 기후 적응 대책과 온실가스 감축이 병행돼야 한다."
-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및 세계기상기구(WMO) 공동 보고서 중
폭염에 유독 취약한 돼지, 그 생물학적 이유 (클릭하여 열기) +

스스로 땀을 흘릴 수 없는 구조적 한계

인간을 비롯한 많은 포유류는 기온이 오르면 땀을 흘려 기화열로 체온을 낮춥니다. 하지만 돼지는 왜 유독 더위를 견디지 못할까요?

  • 퇴화한 땀샘: 돼지는 코 주변을 제외하면 피부에 땀샘이 거의 발달하지 않아, 자체적인 발한 작용으로 열을 배출할 수 없습니다.
  • 두꺼운 지방층: 체내에 열이 쌓여도 두꺼운 지방층이 단열재 역할을 하여 열이 몸 밖으로 쉽게 빠져나가지 못합니다.
  • 돼지가 여름철 진흙 목욕을 좋아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피부에 묻은 진흙 속 수분이 증발하며 체온을 앗아가는 기화열을 본능적으로 활용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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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농장에 에어컨을 튼다"는 단편적 사고를 넘어, 지형적 특성(지하공)과 열역학 법칙(기화열)을 융합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역량입니다. 얽혀있는 문제들 속에서 나만의 논리적인 통찰을 도출하는 방법이 궁금하시다면 청랑북스의 추천 도서를 확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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