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탱크데이’ 논란과 환불 소송, 900년 전 송나라로 보는 자본과 금기의 역설
5·18 탱크데이 논란. 불매를 넘어 법정으로.
2026년 5월 21일, 법무법인 이공의 양홍석 변호사가 서울중앙지법에 지급명령을 신청했다. 청구 내용은 스타벅스 카드에 남아 있는 미사용 잔액을 돌려달라는 것이다. 발단은 5월 18일이었다. 스타벅스가 텀블러 프로모션에 '탱크데이', '책상에 탁!'이라는 문구를 사용했다. 5·18 민주화운동을 비꼬는 표현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과 손정현 전 스타벅스코리아 대표는 5·18 특별법 위반 등으로 고발됐다. 문제는 불매를 결심한 소비자가 스타벅스를 끊으려 했더니, 카드 잔액을 돌려받으려면 충전액의 60퍼센트 이상을 먼저 써야 한다는 약관이 있었다. 사용 중단을 선택했는데, 환불을 받으려면 그 브랜드에서 더 써야 했다. 기업의 실수가 소비자의 돈 인출 논란까지 확장되었다. 900년 전 송나라(宋)에서도 국가의 치욕을 조롱한 대가는 톡톡히 치르게 했다.

정강의 변(靖康의 變), 국가의 치욕이 오락이 됐다
1127년, 금(金)나라 군대가 송나라 수도 변경(汴京, 오늘날 카이펑)을 함락했다. 황제 흠종(欽宗)과 상황 휘종(徽宗)이 포로로 끌려갔다. 황실 여성들도 함께 잡혀갔다. 이것이 정강의 변(靖康의 變)이다. 송나라 역사상 최대의 치욕이었다. 나라가 반으로 갈라지고, 황제가 포로가 됐다. 살아남은 왕족이 남쪽으로 도망쳐 세운 것이 남송(南宋)이었다. 그런데 남송의 수도 임안(臨安, 오늘날 항저우)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정강의 변, 황제의 포로, 황실 여성들의 수난이 유흥가의 오락 콘텐츠가 됐다. 와사(瓦舍)라는 유흥가와 구란(勾欄)이라는 극장에서 황실의 비사(秘史)를 소재로 한 잡극(雜劇)이 공연됐다. 《무림구사(武林舊事)》 등 당시 기록은 대중들이 이 공연에 열광했다고 전했다.
정강의 변(靖康의 變, 1127년)
정강의 변은 금나라가 북송(北宋)을 멸망시키고 황제 두 명을 포로로 잡아간 사건이다. 이후 고종(高宗)이 남쪽으로 도망쳐 남송을 세웠다. 남송은 금나라에 매년 막대한 은(銀)과 비단을 공물(세폐, 歲幣)로 바쳐야 했다. 이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남송 조정은 와사와 구란 같은 유흥업에서 나오는 상업세와 주세(酒稅)에 극도로 의존했다. 아이러니한 구조였다. 국가의 치욕을 소재로 한 오락이 그 치욕을 당한 국가의 재정을 지탱했다. 조정은 이 산업을 없앨 수도 없었고, 방치할 수도 없었다.

남송 조정은 어떻게 대응했는가
남송 조정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황실의 위엄을 떨어뜨리는 공연에 대한 검열이 이루어졌다. 문제가 된 극본(劇本)을 압수해 불태웠다. 선동을 주도한 주동자에게 장형(杖刑)이나 유배형을 내렸다. 그러나 곧 한계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유흥업소 자체를 폐쇄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것은 국가 재정을 스스로 깎아먹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국가 재정이 부족하면 금날에 바칠 공물이 부족해 금나라 침략을 당할 수 있었다. 결국 남송 조정이 선택한 방식은 시장 자체를 말살하는 것이 아니라, 이념적 선을 넘지 못하게 단속하는 것이었다. 특정 내용은 금지하되, 산업은 유지하는 절충이었다. 이 절충이 완벽하지 않았다는 것은 역사가 보여준다. 북벌(北伐)의 당위성을 외치면서도, 황실의 치욕을 오락으로 소비하는 구조를 끊어내지 못한 남송은 결국 1279년 몽골(蒙古)에 의해 멸망했다.
대불경(大不敬)죄와 사상 검열
송나라의 법체계에서 황실이나 국가를 비방하는 행위는 대불경(大不敬) 죄에 해당했다. 10가지 중대 범죄인 십악(十惡) 중 하나였다. 이 죄로 처벌받으면 일반 사면령으로도 면죄되지 않았다. 그러나 현실에서 이 법이 적용되는 방식은 달랐다. 극본 압수, 주동자 처벌 같은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유흥업 전체를 폐쇄하거나 극단원 전원을 유배 보내는 식의 집단 처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법의 엄격함과 현실의 타협 사이에서 조정은 절충점을 찾았다. 오늘날 소비자 약관 분쟁도 법의 원칙과 현실 운용 사이의 절충을 묻고 있다.
소비자 권리의 시험대
남송은 치욕적인 콘텐츠를 단속하고 싶었지만 그 산업에 재정이 묶여 있었다. 스타벅스는 논란을 해명하고 싶지만, 환불 약관을 그대로 적용하며 소비자를 붙잡아두고 있다. 기업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을 때, 소비자가 그 기업과의 관계를 끊으려 할 때 어떤 권리를 가지는가라는 질문이 쟁점이 되었다. 남송이 극본 압수와 주동자 처벌이라는 절충을 택했듯, 이번 스타벅스 잔액환불 사태를 어떤 형태의 절충을 만들어낼 것인지가 주목된다. 선불금 약관이 소비자를 보호하는 장치여야 한다는 것과, 기업의 실수가 그 보호 장치를 소비자를 가두는 족쇄로 만들면 안 된다는 것. 두 원칙이 법정에서 어떤 답을 내릴까. 스타벅스는 2주 안에 이의신청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900년 전 남송 조정처럼, 이 결정이 이후 어떤 선례를 만들지 관심있게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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