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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여행의 계급화는 왜 반복되는가: 로마의 그리스 유학에서 2026년 한국의 교육 격차까지

JWS 2026. 4. 21. 11:07

수학여행의 계급화는 왜 반복되는가: 로마의 그리스 유학에서 2026년 한국의 교육 격차까지

서울의 두 초등학교가 같은 도시 안에 있으면서도 전혀 다른 여행을 떠나는 시대다. 한쪽은 4박 5일 동남아 수학여행에 1인당 289만 5000원을 내고, 다른 한쪽은 1박 2일 경기권 여행에 16만 9400원을 낸다. 거리로는 30분, 비용으로는 17배다. 교육은 평등을 말하지만, 여행은 이미 계급을 드러내는 장치가 되어버렸다.

이 불평등은 단지 오늘의 예산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2000년 전 로마에서도, 젊은 엘리트는 그리스로 떠나 철학과 수사학을 배우며 지배계급의 언어를 익혔다. 여행은 이동이 아니라 선별된 교양의 통로였고, 그 통로를 통과한 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차이는 사회적 지위로 굳어졌다.

구분 로마·그랜드 투어형 교육 여행 2026년 한국의 수학여행 현실
여행의 목적 철학, 수사학, 예술, 유적을 통해 지배계급의 교양을 완성하는 과정 교육과정 연계 활동이지만, 실제로는 학교·지역의 재정에 따라 경험의 폭이 갈리는 과정
접근 가능성 귀족·부유한 기사 계급만 감당 가능한 고비용 여행 의무교육 아래에 있으나 학부모 부담과 지자체 지원 여부에 따라 참여 가능성이 달라짐
사회적 효과 문화 자본을 축적한 청년이 원로원 정치와 상류사회에서 우위를 점함 해외·국내 장거리 여행 경험이 교실 내 언어, 시야, 자신감의 차이로 이어질 수 있음

기원전 79년, 키케로의 여행은 왜 ‘유학’이었나

기원전 79년, 27세의 키케로는 그리스와 소아시아로 향했다. 아테네에서 철학을 배우고, 로도스에서 수사학을 익히며, 델포이와 트로이를 답사한 이 여정은 단순한 관광이 아니었다. 그것은 로마 사회에서 말과 판단의 권위를 획득하기 위한 장기 교육이었다.

하지만 이 여행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지 않았다. 항해비, 숙박비, 사례금, 수행원 비용까지 감당할 수 있는 집안만이 자녀를 그리스로 보낼 수 있었다. 결국 여행의 내용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여행을 가능하게 한 계급적 조건이었다. 키케로의 사례는 ‘배움의 기회’가 곧 ‘사회적 자본의 분배’였음을 보여준다.

키케로의 그리스 유학이 로마 엘리트의 표준이 된 이유가 궁금하다면?
키케로의 여행은 로마가 그리스 문화를 ‘배워야 할 고전’으로 받아들이는 전환점과 맞닿아 있다. 로마는 군사력과 행정력으로 제국을 만들었지만, 자신을 정당화하는 언어는 그리스 철학과 수사학에서 빌려왔다. 그래서 그리스 유학은 지식 습득을 넘어, “나는 단지 부유한 사람이 아니라 교양을 갖춘 통치자다”라는 선언이 되었다. 이 구조는 오늘날에도 반복된다. 어떤 여행은 경험을 남기고, 어떤 여행은 계층을 증명한다. 여행이 교육이 되는 순간, 그 교육은 곧 선별 장치가 된다. YO !SSUE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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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자본은 어떻게 교육의 격차를 조용히 재생산하는가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는 돈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지배의 방식을 ‘문화 자본’이라 불렀다. 말투, 취향, 언어, 예술 감각, 여행 경험처럼 몸에 배어 있는 자원은 학교와 사회에서 은근하지만 강력한 차이를 만든다. 로마 귀족이 그리스어를 인용하며 자신을 증명했듯, 현대 사회에서도 특정 경험은 보이지 않는 자격처럼 작동한다.

수학여행은 원래 공동체적 기억을 만드는 교육활동이어야 한다. 그러나 비용이 지나치게 높아지면, 그것은 공동체가 아니라 선별의 장이 된다. 동남아를 다녀온 아이와 경기권을 다녀온 아이의 차이는 단순한 여행지 차이가 아니라, 언어·시야·자신감·가정의 경제력까지 드러내는 사회적 표식이 된다.

부르디외의 문화 자본이 오늘의 수학여행 논란과 어떻게 연결되는가?
부르디외는 학교가 겉으로는 공정해 보여도 실제로는 상류층의 문화 자본을 가진 학생에게 유리하게 작동한다고 보았다. 수학여행도 마찬가지다. 같은 ‘여행’이라는 이름 아래, 어떤 학생은 해외 공항과 환전, 타문화 체험을 경험하고, 어떤 학생은 가까운 지역을 짧게 둘러보는 데 그친다. 이 차이는 단지 추억의 질이 아니라, 이후 발표·글쓰기·자기표현·진로 인식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 결국 문제는 여행의 길이가 아니라, 누가 더 풍부한 세계를 경험할 기회를 갖는가에 있다. 인재를 위하여편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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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서울, 17배 차이의 수학여행이 남기는 사회적 질문

서대문구의 한 초등학교는 1인당 289만 5000원의 동남아 수학여행을, 동대문구의 다른 초등학교는 16만 9400원의 경기권 여행을 선택했다. 한 학교는 95명 중 81명이 참가했고, 다른 학교는 지자체 지원 덕분에 비용을 낮췄다. 지원이 없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결국 아이가 어느 구에 사느냐가 어떤 세계를 경험하느냐를 결정하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아이들이 그 차이의 바깥으로 밀려난다는 점이다. 수학여행이 취소되면 단지 한 번의 행사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함께 쌓아야 할 기억, 공동체의 경험, 그리고 ‘나도 갈 수 있다’는 감각이 함께 사라진다. 교육 공공성이란 바로 이런 순간에 시험대에 오른다.

수학여행의 공공성을 회복하려면 무엇이 바뀌어야 할까?
첫째, 수학여행을 학부모 부담 중심의 선택형 행사가 아니라 교육과정의 공적 활동으로 다시 정의해야 한다. 둘째, 학교별 자율성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지역 간 재정 격차를 보정하는 안정적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셋째, 여행의 목적을 ‘비싼 곳에 가는 것’이 아니라 ‘공동의 학습 경험을 만드는 것’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교육은 원래 차이를 확대하는 장치가 아니라, 차이를 줄이는 장치여야 한다. 로마의 귀족 유학이 계급을 증명했다면, 오늘의 수학여행은 계급을 재생산하지 않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성장 래시피편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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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배움이어야 한다, 그러나 배움은 평등해야 한다

로마의 그리스 유학과 오늘의 수학여행은 멀리 떨어진 이야기가 아니다. 둘 다 여행이 지식의 통로가 되는 순간, 그 통로가 누군가에게는 계급의 문이 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따라서 질문은 단순하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더 비싼 여행을 제공할 것인가, 아니면 더 공정한 배움을 보장할 것인가. 교육이 공공성의 이름을 유지하려면, 여행은 비교의 대상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누릴 수 있는 학습의 장이 되어야 한다.

수학여행의 본질은 ‘어디를 갔는가’가 아니라 ‘누가 그 경험에 접근할 수 있었는가’에 있다. 로마의 귀족 유학이 문화 자본을 만들었다면, 오늘의 교육은 그 자본의 대물림을 줄이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여행이 계급을 증명하는 장치가 아니라, 사회를 넓히는 공공의 경험이 될 때 비로소 교육은 제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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