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자를 소비하는 사회의 위험
강북 모텔 사망 사건 피의자 미모에 미화되는 사건
경찰이 '강북 모텔 약물 사망 사건' 피의자 김모(22)씨의 신상 공개를 검토하지 않는 가운데, 온라인에서는 피의자로 추정되는 인물의 신상이 확산되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김씨로 추정되는 인스타그램 계정 정보가 퍼졌고, 팔로워 수가 단기간에 급증하는 등 '주목 경제'가 작동하는 양상이 나타났다. 특히 신체 일부가 노출된 사진이 확산되며 외모 평가가 이어졌고 "예쁘니 무죄" 같은 옹호 댓글까지 달리면서 2차 피해 우려가 제기됐다.전문가들은 흉악범에게 매력을 느끼는 '하이브리스토필리아'와 유사한 현상이라며 범죄자 미화가 온라인에서 잘못 확산할 가능성을 경고했다. 해당 계정에서는 범행 이후에도 '맞팔' '디엠' 해시태그 등으로 불특정 다수와 소통한 정황이 거론돼, 추가 범행 대상을 물색했을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김씨는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이 든 음료를 20대 남성 3명에게 건네 이 중 2명을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구속됐다. 1차 대상이었던 남자친구는 의식을 잃었다가 회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윤성 순천향대 교수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씨가 남자친구를 상대로 '범행 도구의 성능'을 실험한 뒤 본격 범행으로 나아갔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또 3차 범행은 김씨가 용의선상에 오른 뒤 저지른 것으로 파악돼, 수사망이 좁혀진 상황에서 범행을 강행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덧붙였다. 일본에서도 도쿄 이케부쿠로 성매매 사건 용의자가 '가장 아름다운 범죄자'로 불리며 외모가 소비되는 현상이 나타나 유사한 우려를 낳고 있다. 이런 상황은 처음이 아니다. 2014년 미국의 제러미 믹스 '핫 펠론' 사례는, 범죄자의 외모가 어떻게 상업적 자본으로 전환되고 범죄의 본질을 지우는지 사례가 있었다.

머그샷이 밈이 되기까지
2014년 캘리포니아 스톡턴 경찰이 갱단 단속 과정에서 제러미 믹스를 체포했다. 중범 무기 소지 등 혐의로 기소된 그의 머그샷(체포 사진)을 경찰이 페이스북에 게시하자, 짧은 시간 안에 수만 개의 좋아요와 댓글이 달렸다. "핫 펠론(hot felon, 섹시한 중범죄자)", "Prison Bae(감옥의 연인)"라는 별명과 함께 밈(meme)으로 확산되었다. 파란 눈·대칭적인 얼굴·타투를 포함한 "위험하지만 매력적인 남성성"이 집중 소비되었다. 범죄 사실은 뒷전으로 밀렸다. 믹스는 과거에도 절도·폭행·총기 관련 범죄로 수차례 체포된 전력이 있었고, 갱 조직과 연루되었다는 의혹도 있었다. 그러나 온라인에서는 이런 내용이 거의 언급되지 않았다. 대신 "이렇게 잘생긴 사람이 범죄자라니", "석방되면 만나고 싶다"는 댓글이 쏟아졌다. KnowYourMeme 등에서는 이 머그샷이 매력적인 범죄자류의 이미지 매크로 밈으로 재가공되며, 외모와 범죄가 결합된 인터넷 유희의 전형으로 기록되었다. 경찰은 원래 낙인과 제재를 위해 머그샷을 공개했다. 그러나 이용자와 시장은 이를 "욕망의 대상·수익 자산"으로 전도시켰다. 플랫폼이 의도한 것과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온라인에서의 폭발적인 관심은 곧 경제적 가치로 전환되기 시작했다. 믹스는 수감 중에도 할리우드 에이전트와 모델 에이전시로부터 제안을 받았고, 결국 화이트 크로스 매니지먼트(White Cross Management)와 계약을 맺었다.

범죄의 도덕적 맥락이 지워지는 과정
2016년 믹스는 출소 후 뉴욕 패션위크 런웨이에 섰다. 필립 플레인, 토미 힐피거 등 유명 패션 브랜드 캠페인에 참여하면서 "핫한 머그샷 → 패션 모델"이라는 서사가 완성되었다. 언론은 그를 "범죄자에서 모델로 변신한 신데렐라 스토리"로 포장했다. 피해자나 범죄의 사회적 영향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었다. 믹스는 인터뷰에서 "과거를 뒤로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고 말했지만, 그가 저지른 범죄의 구체적 내용이나 피해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이 사례는 '형사사법 영역의 상품화·연예화(celebritization of crime)'를 보여주는 극단적 예다. 범죄의 도덕적·사회적 맥락이 지워지고, 시각적 매력만 부각되었다. 온라인에서의 '미화된 범죄자' 밈이 실제 경제적 자본(모델 계약, 미디어 출연)으로 전환되는 디지털 명성 경제의 작동 방식이 그대로 드러났다. 믹스 본인은 "내 외모가 나를 구했다"고 말했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범죄자에게 외모라는 특권이 작동했음을 인정하는 것이기도 했다. 믹스 사례 이후 유사한 현상이 반복되었다. 2017년 미국 플로리다에서 체포된 미건 심스는 "가장 아름다운 머그샷"으로 불리며 모델 제안을 받았고, 2019년 영국에서 체포된 한 남성도 "잘생긴 도둑"으로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범죄 사실보다 외모가 먼저 소비되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범죄자를 소비 대상으로 전환하는 온라인 문화는, 결국 범죄의 심각성을 희석시키고 사회적 경각심을 무너뜨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