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을 넘어 자원전쟁중 정부의 무리수
청랑 배경지식 · 서양 고대사·동양 근현대사·서양 근현대사에서 읽는 오늘의 자원개발
땅속 자원을 찾는 사업은 실패할 수 있지만 불확실성을 다루는 과정까지 불투명해서는 안 된다
대왕고래 사업 논란에서 만나는 석유 탐사의 확률, 일본의 근대 지질조사와 로마·미국의 공공자원 관리
동해 심해 가스전, 이른바 ‘대왕고래 사업’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커졌다. 감사원이 2026년 9월 공개한 감사 결과를 다룬 보도에 따르면, 2024년 정부가 제시했던 ‘최대 140억 배럴’은 대왕고래를 포함한 7개 유망구조의 낙관적인 최대 탐사자원량을 합산한 값이었다. 감사원은 7개 구조가 모두 탐사에 성공할 확률을 0.000218%로 계산했다.
여기에서 숫자를 정확히 읽는 것이 중요하다. 0.000218%는 동해 심해에서 석유나 가스를 하나라도 발견할 확률, 또는 대왕고래 한 구조의 성공확률을 뜻하지 않는다. 서로 다른 7개 유망구조가 전부 성공한다는 복합적인 경우의 확률이다. 반대로 최대 140억 배럴도 이미 확인된 매장량이 아니라 여러 유망구조의 낙관적 최대치를 한데 더한 탐사 단계의 추정치였다. 확률과 자원량의 성격을 구분하지 않으면 같은 숫자로 전혀 다른 인상을 만들 수 있다.
대왕고래 구조의 첫 탐사시추는 2024년 12월 시작돼 2025년 2월 마무리됐다. 한국석유공사는 당시 가스 징후와 예상된 지층 일부를 확인했지만 경제성을 확보할 만큼 유의미한 규모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것만으로 나머지 유망구조 전체에 자원이 없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다는 것이 석유공사의 입장이었다.
한편 감사 결과에서는 지질학적 불확실성과 별개로 사업추진 절차도 문제로 지적됐다. 보도된 감사 내용에는 전문용역 업체 선정과 지명경쟁입찰, 기술평가 과정에서의 위법·부당 사항과 충분한 검증 없이 시추계획을 앞당긴 문제 등이 포함됐다. 이 지점에서 자원개발을 이해할 때 반드시 분리해야 할 두 질문이 생긴다. “시추가 실패할 수 있는가”와 “그 불확실한 사업을 어떤 절차와 정보에 근거해 결정했는가”는 같은 질문이 아니다.
이 구분은 오랜 광업과 석유개발의 역사에서도 반복해서 나타난다. 고대 로마는 광산을 민간 채굴자에게 맡기면서도 채굴권과 세금, 작업규칙을 문서로 관리했다. 19세기 일본은 근대국가 건설 과정에서 국가 지질조사기관을 만들어 자원정보를 공공의 지식으로 축적했다. 20세기 미국에서는 국가 석유자원의 비공개 계약이 ‘티포트 돔 사건’이라는 대형 부패 스캔들로 번졌다. 시대는 달라도 공통된 질문은 같다. 지하자원처럼 불확실하고 큰 돈이 걸린 공공사업에서 정보와 절차를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게 만들 것인가.
| 현대 이슈 | 관련 역사·개념 | 깊이 이해할 관계 |
|---|---|---|
| 낮은 성공확률과 고비용 탐사 | 서양 근현대사 · 1859년 드레이크 유정 · 탐사확률·기대값·단계적 투자 | 성공확률이 낮은 시추는 언제 합리적인 투자가 되고 언제 무모한 투자가 되는가 |
| 전문가 검증과 자원량 공개 | 동양 근현대사 · 1882년 일본 지질조사소 · 지질도와 공공지식 | 국가는 왜 지하자원 정보를 특정 업체의 판단에만 맡기지 않고 독립적으로 축적·검증하는가 |
| 용역업체 선정과 공공계약 절차 | 서양 고대사 로마 비파스카 광산규정 · 서양 근현대사 티포트 돔 사건 | 공공자원 사업에서는 왜 결과뿐 아니라 경쟁·공개·감독의 절차 자체가 중요한가 |
1. 탐사시추는 ‘석유를 캐는 공사’가 아니라 땅속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실험에 가깝다
석유개발 뉴스에서는 시추에 성공하거나 실패했다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탐사 단계의 시추는 이미 확인된 유전을 생산하기 위한 굴착과 성격이 다르다. 지질자료를 바탕으로 자원이 있을 가능성이 높은 구조를 골라 실제로 구멍을 뚫어 보는 과정이다.
따라서 탐사시추 한 번이 실패했다고 탐사를 결정한 행위 자체가 자동으로 잘못이 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자원이 나올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고 모든 시추가 정당화되는 것도 아니다. 결정 당시 이용할 수 있었던 정보와 성공확률, 비용과 성공했을 때의 편익, 다음 단계에서 중단할 수 있는지까지 함께 봐야 한다.
성공할 가능성이 낮은데도 석유회사는 왜 막대한 돈을 들여 시추할까?
1859년 드레이크 유정은 석유산업을 열었지만 그 뒤에는 수많은 실패공이 뒤따랐다
1859년 미국 펜실베이니아 타이터스빌에서 에드윈 드레이크가 시추한 유정은 상업적 석유산업의 출발점 가운데 하나로 평가된다. 지표에 스며 나온 석유를 모으는 방식이 아니라 소금우물을 뚫던 시추기술을 이용해 지하의 원유를 생산할 수 있음을 보여 주었다.
성공 소식이 알려지자 펜실베이니아에는 석유 탐사 붐이 일었다. 사업가들은 새로운 유정을 경쟁적으로 팠지만 모든 시추가 성공한 것은 아니었다. 땅 위에서 비슷하게 보이는 지역이라도 지하의 저장층과 덮개암, 이동경로가 맞지 않으면 상업적 유전이 형성되지 않는다.
확실한 유전이 확인되기 전에 위험을 감수하고 파는 탐사정을 석유산업에서는 흔히 와일드캣(wildcat) 시추라고 불러 왔다. 현대에는 지진파 자료와 컴퓨터 모델이 발전했지만 시추 전에는 지하를 완전히 볼 수 없다는 근본적인 불확실성은 남아 있다.
석유가 있으려면 여러 지질조건이 동시에 맞아야 한다
석유·가스 탐사에서는 단순히 “이 지역에 석유가 있을 것 같다”만 판단하지 않는다. 유기물이 석유와 가스로 변할 만큼 성숙한 근원암이 있는지, 생성된 탄화수소가 이동할 수 있었는지, 이를 저장할 다공성의 저류암이 있는지, 위로 빠져나가지 않게 막는 덮개암과 구조적 함정이 형성됐는지 등을 따진다.
이 조건 가운데 하나라도 충족되지 않으면 발견 가능성이 낮아진다. 그래서 탐사성공률은 여러 지질요소에 대한 판단을 결합해 계산한다. 시추는 그 추정이 실제 지층에서 맞는지를 확인하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다.
중요한 점은 확률이 낮다는 사실과 분석이 틀렸다는 사실이 같은 말이 아니라는 것이다. 성공확률을 20%로 평가한 탐사정이 실패했다면 확률모형과 모순되지 않는다. 반대로 성공했다고 처음의 낙관적 평가가 모두 옳았다는 뜻도 아니다.
‘7개 모두 성공할 확률’과 ‘7개 가운데 하나라도 성공할 확률’은 전혀 다른 숫자다
대왕고래 사업 논쟁에서 0.000218%라는 숫자를 읽을 때 가장 중요한 구분이다. 감사 결과를 다룬 보도에 따르면 이 값은 7개 유망구조가 모두 탐사에 성공하는 경우의 확률이다. 7개 가운데 하나라도 성공할 확률이나 대왕고래 구조 하나의 성공확률을 뜻하지 않는다.
간단한 가상사례를 생각해 보자. 서로 독립적인 두 탐사구조의 성공확률이 각각 20%라고 가정하면 두 곳이 모두 성공할 확률은 4%다. 그러나 적어도 한 곳이 성공할 확률은 36%다. “전부 성공”과 “하나 이상 성공”은 같은 숫자가 아니다.
실제 유망구조들은 지질적으로 완전히 독립적이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계산은 더 복잡하다. 같은 분지의 지질조건을 공유하면 한 구조에서 얻은 정보가 다른 구조의 확률평가를 바꿀 수도 있다. 그래서 단순 확률곱은 무엇을 계산한 수치인지 전제가 명확해야 한다.
‘최대 140억 배럴’도 확인매장량과 같은 숫자가 아니다
석유개발에서는 자원량을 하나의 확정된 숫자로만 말하지 않는다. 자료가 부족한 탐사 단계에서는 낮은 경우와 중간 경우, 높은 경우를 포함한 확률분포로 추정한다. 시추와 생산시험을 거치면서 정보가 늘어나야 상업적으로 회수 가능한 매장량에 가까운 판단을 할 수 있다.
따라서 여러 유망구조의 각각의 최대 추정치를 모두 더한 숫자는 “이 정도가 이미 묻혀 있다고 확인됐다”는 의미와 다르다. 특히 모든 구조가 성공하고 각각에서 낙관적인 자원량이 실현되는 조건이라면 실현가능성은 훨씬 낮아진다.
대형 공공사업을 설명할 때 최대값만 강조하면 사람은 그 숫자를 대표값처럼 기억하기 쉽다. 위험을 정확하게 전달하려면 중앙 추정치와 범위, 그 숫자가 성립하는 조건과 성공확률을 함께 제시하는 편이 정보의 성격을 더 잘 보여 준다.
낮은 성공확률의 사업이 합리적일 수 있는지는 ‘기대값’과 단계적 중단 가능성으로 판단한다
확률이 낮다고 모든 투자가 나쁜 것은 아니다. 성공확률이 낮더라도 성공했을 때 얻는 가치가 매우 크고 실패비용을 제한할 수 있다면 탐사를 시도할 경제적 이유가 생길 수 있다. 반대로 성공했을 때의 편익이 커도 비용이 지나치게 크거나 추정치가 신뢰하기 어렵다면 합리성이 떨어질 수 있다.
여기에서 유용한 개념이 기대값이다. 단순화하면 각 결과가 가져올 편익에 그 결과의 확률을 반영하고 비용과 위험을 비교하는 사고방식이다. 다만 석유개발의 기대값 계산에는 유가와 개발비, 세금과 생산기간, 회수율처럼 수많은 변수가 들어간다. ‘땅속 자원의 총 시장가치’와 실제 국가가 얻는 경제적 순편익도 같지 않다.
그래서 탐사사업은 한꺼번에 모든 돈을 쓰기보다 지질조사 → 물리탐사 → 탐사시추 → 평가시추 → 개발처럼 단계적으로 투자한다. 한 단계에서 새로운 정보가 나쁘게 나오면 다음 투자를 중단할 수 있다. 첫 시추가 주는 중요한 가치는 석유 자체뿐 아니라 다음 의사결정의 불확실성을 줄여 주는 정보다.
결과가 나쁜 것과 결정과정이 나쁜 것을 구분해야 한다
시추 전에 충분한 자료와 독립적 검증을 거쳤고 합리적인 확률과 비용을 바탕으로 탐사를 결정했다면 실패라는 결과만으로 당시 결정을 비합리적이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이것을 결과편향을 피하는 판단이라고 할 수 있다.
반대로 우연히 석유를 발견했더라도 검증되지 않은 자료를 과장하고 경쟁절차를 무시해 투자했다면 의사결정 과정에는 문제가 남는다. 좋은 결과가 나쁜 절차를 자동으로 정당화하지 않는다.
따라서 대왕고래 사업을 평가할 때도 첫 시추의 경제성 부족, 당초 확률평가의 적절성, 최대 자원량의 전달방식, 사업속도를 정한 근거와 계약절차를 서로 다른 평가항목으로 나누어 보는 것이 필요하다.
핵심 연결 · 지질학적 불확실성 → 확률평가 → 탐사시추라는 정보획득 → 단계적 투자와 중단
석유 탐사는 실패 가능성을 전제로 하는 산업이다. 그래서 낮은 성공확률 자체만으로 투자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보다 그 확률이 어떻게 계산됐는지, 성공 시 편익과 실패비용이 무엇인지, 새로운 정보가 나올 때 사업을 중단하거나 수정할 수 있었는지를 살펴야 한다.
2. 근대국가는 지하자원을 찾기 전에 먼저 ‘믿을 수 있는 지질정보’를 공공재로 만들기 시작했다
자원개발에서 가장 비싼 실수 가운데 하나는 시추선을 불러온 뒤 잘못된 지질해석을 발견하는 것이다. 그래서 현대 국가들은 기업의 탐사자료와 별개로 지질도와 시추자료, 지층정보를 장기간 축적하는 공공기관을 운영한다.
동아시아에서 이 흐름을 보여 주는 대표적 사례가 일본의 지질조사소다. 일본은 메이지유신 이후 서양의 지질학과 광업기술을 받아들이며 1882년 국가 지질조사기관을 설립했다. 오늘날 일본 산업기술종합연구소의 지질조사종합센터는 그 기원을 이어받고 있다.
국가는 왜 지하자원 조사를 특정 기업의 판단에만 맡기지 않고 지질조사기관을 만들었을까?
메이지 일본에서 지질조사는 산업정책의 기초자료를 만드는 일이었다
19세기 후반 메이지 정부는 철도와 공장, 광산을 확대하며 근대 산업국가를 만들려 했다. 석탄과 금속광물, 건축자재를 어디에서 확보할 수 있는지 알아야 했고 철도와 터널, 항만을 건설하려면 지반의 성질도 파악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독일인 지질학자 하인리히 에드문트 나우만을 비롯한 외국인 전문가들이 초기 지질조사에 참여했다. 일본 정부는 1882년 농상무성 산하에 지질조사소를 설치했고 전국적인 지질조사와 지도 제작을 제도화했다.
오늘날 일본 지질조사종합센터는 1882년 설립 이래 사회에 필요한 지질정보를 제공해 왔다고 자신의 역사를 설명한다. 지질조사는 특정 광산회사 하나의 사업성만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국토 전체의 지질정보를 축적하는 국가적 작업으로 발전했다.
지질도는 눈에 보이지 않는 지하를 ‘공통의 언어’로 바꾼다
지질도는 암석과 지층의 종류, 단층과 지질연대를 지도 위에 체계적으로 표시한 자료다. 광산회사와 건설업체, 대학과 정부가 같은 기초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한다.
이런 표준화가 중요한 이유는 서로 다른 전문가의 주장을 비교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한 업체가 “이 구조에 자원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을 때 기존 지질도와 물리탐사, 과거 시추자료에 비추어 설명이 일관적인지 검토할 수 있다.
공공기관이 장기간 자료를 축적하면 특정 프로젝트가 끝나도 정보가 사라지지 않는다. 실패한 시추에서도 지층의 두께와 온도, 암석 성질 같은 데이터가 남아 다음 탐사의 판단을 개선한다. 실패가 정보자산으로 전환되는 조건은 자료가 체계적으로 기록되고 공유되는 것이다.
지질정보는 한 기업이 비용을 부담하기에는 ‘공공재’ 성격이 강하다
넓은 지역의 기초 지질조사에는 많은 돈과 시간이 들어간다. 그런데 지질도가 공개되면 한 기업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기업과 연구자가 함께 이용할 수 있다. 처음 조사한 기업이 모든 편익을 독점하기 어렵다.
이런 정보는 공공재적 성격을 가진다. 민간기업은 자신이 필요한 광구의 자료에는 투자할 유인이 있지만 국가 전체의 표준 지질도를 장기간 구축할 유인은 상대적으로 약할 수 있다. 그래서 여러 나라가 공공 지질조사기관을 운영한다.
공공기관의 역할은 “정부가 기업보다 언제나 더 정확하다”는 뜻이 아니다. 핵심은 특정 사업자의 이해관계를 넘어 장기간의 기초자료를 유지하고, 서로 다른 분석을 검증할 수 있는 공통 기준선을 제공한다는 데 있다.
독립적 검증은 전문가가 틀리지 않게 만드는 장치가 아니라 오류를 발견하기 쉽게 만드는 장치다
지질학처럼 불확실성이 큰 분야에서는 전문가끼리 판단이 다를 수 있다. 같은 지진파 자료를 보고도 저류층의 연속성이나 자원량을 다르게 추정할 수 있다. 따라서 한 명의 권위 있는 전문가를 찾는 것보다 여러 분석자가 같은 자료와 가정을 검토할 수 있는 구조가 중요하다.
이것이 동료검토와 독립적 검증의 기본 원리다. 결론이 같다는 사실만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자료를 사용했고 어떤 가정을 넣었는지, 모델이 다른 조건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내는지를 확인한다.
검증의 목표는 불확실성을 0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어느 변수 때문에 결과범위가 넓은지를 드러내는 것이다. 좋은 검증은 낙관과 비관 중 하나를 택하는 작업보다 불확실성의 구조를 투명하게 만드는 작업에 가깝다.
자원량을 국민에게 설명할 때도 ‘최대값’보다 분포와 조건이 중요하다
공공 지질정보가 중요한 또 하나의 이유는 정부가 국민에게 설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민간 탐사기업은 투자자에게 위험을 고지하지만 국가사업은 세금과 정책신뢰가 걸려 있어 숫자의 의미를 더 분명하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
최대 자원량은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다. 그 숫자만 따로 제시하면 일반인은 가장 가능성이 높은 값이나 이미 확인된 매장량으로 오해할 수 있다. 반대로 가장 낮은 값만 강조해도 같은 왜곡이 생긴다.
따라서 탐사 단계에서는 범위와 중앙값, 성공확률, 아직 시추로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을 함께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홍보문구의 문제가 아니라 불확실한 과학정보를 민주사회가 공유하는 방식의 문제다.
1882년 일본 지질조사소와 오늘날 심해탐사는 기술수준이 전혀 다르지만 제도적 원리는 이어진다
19세기 지질조사관은 노두를 직접 관찰하고 암석표본을 수집하며 지도를 그렸다. 오늘날 심해 석유탐사는 3차원 탄성파 자료와 고성능 컴퓨터, 시추공 검층과 복잡한 확률모델을 사용한다. 분석기술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발전했다.
그러나 공통된 원리는 분명하다. 국가가 큰 자원개발 결정을 내리려면 특정 사업의 낙관적 전망만이 아니라 장기간 축적된 공공자료, 표준화된 분석, 독립적인 검증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핵심 연결 · 국가 지질조사 → 공통 데이터 축적 → 독립적 검증 → 불확실성의 투명한 전달
지질조사기관은 석유를 대신 발견해 주는 조직이 아니라 여러 사업자가 같은 기초사실을 놓고 판단할 수 있게 하는 정보 인프라다. 탐사처럼 불확실성이 큰 사업일수록 전문가의 권위보다 데이터와 가정이 검증 가능한 구조인지가 중요하다.
3. 지하자원이 공공의 자산이 되면 ‘누가 개발하느냐’보다 ‘어떤 절차로 권한을 주느냐’가 중요해진다
자원개발은 전문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정부가 모든 조사와 시추를 직접 할 수는 없다. 민간 지질회사와 시추업체, 분석기관의 전문성을 활용해야 한다. 문제는 어떤 기업을 어떤 기준으로 선정하고, 평가과정을 얼마나 공개하며, 이해관계를 어떻게 통제하느냐에 있다.
공공 광물자원을 민간사업자에게 맡기면서 규칙을 세우는 일은 근대국가 이후에 처음 생긴 문제가 아니다. 로마제국의 광산지대에서도 채굴권과 세금, 경매와 작업질서를 규정한 문서가 존재했다. 그리고 20세기 미국에서는 국가의 석유비축지를 비공개 방식으로 민간기업에 넘긴 사건이 대형 정치스캔들로 발전했다.
국가 자원개발에서는 왜 자원이 나왔는지보다 계약과 선정 절차까지 엄격하게 따질까?
2세기 로마의 비파스카 광산규정은 광산이 단순한 사적 공간이 아니었음을 보여 준다
오늘날 포르투갈 알주스트렐 지역에는 로마시대의 대규모 광산지대였던 비파스카가 있었다. 이곳에서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발견된 두 장의 청동판은 흔히 비파스카 광산법 또는 Lex Metalli Vipascensis라고 불린다. 대체로 서기 2세기 로마제국 시기의 광산운영 규정을 담고 있다.
남아 있는 규정에는 광산구역 안의 경매와 사업권, 갱도 이용, 세금과 각종 영업, 안전과 운영질서에 관한 내용이 포함된다. 로마 당국은 광산에서 민간의 경제활동을 허용하면서도 국가재정과 생산질서를 지키기 위해 세부 규칙을 두었다.
현대 국가계약법과 로마 광산규정을 같은 제도라고 볼 수는 없다. 시민권과 노동관계, 국가와 재산의 개념이 전혀 달랐다. 다만 고대부터 광산처럼 큰 수익과 공적 이해관계가 걸린 자원은 채굴자의 자유에만 맡기지 않고 권리와 의무를 문서로 정하려 했다는 점은 비교할 수 있다.
공공자원은 권한을 얻는 순간 경제적 가치가 생기기 때문에 선정절차가 중요하다
지하자원은 개발되기 전에는 땅속에 있지만 채굴권이나 탐사권을 받은 기업에게는 큰 사업기회가 된다. 정부가 특정 기업을 선택하는 행위 자체가 경제적 가치를 배분하는 결정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현대 공공조달에서는 경쟁성·투명성·동등한 정보가 중요한 원칙이 된다. 여러 업체가 참여할 기회를 갖고, 어떤 기준으로 평가하는지 미리 알며, 평가결과를 설명할 수 있어야 특정 업체가 부당한 이익을 얻었다는 의심을 줄일 수 있다.
최종적으로 선정된 업체가 뛰어난 기술을 갖고 있다는 사실과 선정절차가 공정했다는 사실도 별개다. 좋은 업체가 선택됐더라도 법에서 요구하는 경쟁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면 공공조달의 신뢰 문제는 남는다.
1920년대 미국의 티포트 돔 사건은 석유와 비공개 계약이 결합했을 때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 보여 주었다
20세기 초 미국 정부는 해군 함정의 연료가 석탄에서 석유로 바뀔 가능성에 대비해 캘리포니아와 와이오밍의 일부 유전을 해군 석유비축지로 지정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와이오밍의 티포트 돔이었다.
워런 하딩 행정부에서 내무장관 앨버트 폴은 1922년 티포트 돔의 석유개발권을 석유업자 해리 싱클레어에게 경쟁입찰 없이 비밀리에 임대했다. 다른 비축지에서도 유사한 계약이 이루어졌다. 미국 상원 역사자료에 따르면 이 과정은 언론보도와 독립 석유업자들의 문제제기로 드러났고 상원 공공토지위원회가 장기간 조사를 시작했다.
조사 과정에서 폴이 계약 상대 기업인들과 연결된 거액의 금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폴은 결국 뇌물수수로 유죄판결을 받아 재임 중 행위로 수감된 최초의 미국 각료가 됐다. 티포트 돔은 이후 미국 정치에서 공공자원을 둘러싼 정부 부패의 상징이 되었다.
티포트 돔의 핵심은 ‘민간기업이 자원을 개발했다’는 사실이 아니었다
정부 소유 자원을 민간기업이 개발하는 것 자체가 문제였던 것은 아니다. 전문기업에 개발을 맡기는 방식은 오늘날에도 널리 사용된다. 문제는 누가 어떤 조건으로 권리를 얻었고, 그 과정에서 경쟁과 공개가 있었으며, 결정권자가 사적 이익을 얻었는가였다.
공공계약의 절차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업이 성공하면 정부는 “결과가 좋았으니 괜찮다”고 말하기 쉽고 실패하면 반대로 모든 절차가 잘못됐다고 느끼기 쉽다. 그러나 절차는 결과가 나오기 전에 권력자의 자의적 선택과 이해충돌을 통제하기 위한 장치다.
즉 공정한 경쟁절차는 성공을 보장하는 장치가 아니라 불확실한 사업에서 누가 결정권을 행사했는지 추적하고 같은 규칙을 적용하기 위한 장치다.
국가계약에서 평가기준을 사전에 정하는 이유는 결과에 맞춰 기준을 바꾸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전문기술 용역은 가격만으로 업체를 고르기 어렵다. 경험과 인력, 방법론과 데이터 처리능력을 함께 평가해야 한다. 그래서 정부계약에서는 기술평가 기준과 배점을 사전에 정하고 참여업체가 어떤 기준으로 경쟁하는지 알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평가기준이 공개되지 않거나 입찰 도중 달라지면 심사자가 특정 업체에 유리하게 판단했다는 의혹이 생길 수 있다. 실제로 아무런 부정한 의도가 없었다고 해도 사후에 객관적으로 검증하기 어려워진다.
대왕고래 사업 감사에서 지명경쟁입찰 요건과 기술평가 절차가 쟁점이 된 것도 이런 공공조달 원칙과 연결해 이해할 수 있다. 여기에서 판단해야 할 것은 해당 업체의 지질해석이 맞았는지와 별도로 법이 정한 선정절차가 지켜졌는지다.
절차적 정당성은 실패한 사업에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공공사업은 실패했을 때만 감사를 받는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지만 원칙적으로는 성공한 사업도 같은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 우연히 큰 유전을 발견했다 하더라도 계약과 이해충돌 관리가 부적절했다면 다음 사업에서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
반대로 절차를 충실히 지켰는데 지질학적 불확실성 때문에 탐사가 실패할 수도 있다. 그것은 부패나 절차위반과 다른 종류의 실패다. 이 둘을 구별해야 어느 문제에 어떤 개선책이 필요한지 알 수 있다.
공공자원 정책에서 중요한 원리는 지질학적 위험은 과학과 포트폴리오로 관리하고, 행정적 위험은 경쟁·공개·감독의 제도로 관리하는 것이다.
핵심 연결 · 공공자원 → 권리의 경제적 가치 → 경쟁·공개 절차 → 감사와 민주적 통제
광산과 유전은 막대한 이익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개발권이나 용역선정 자체가 가치 있는 권한이다. 고대 로마의 광산규정에서 20세기 티포트 돔 사건까지 시대는 달라도 공공자원을 다룰 때 권리와 절차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문제는 반복됐다.
대왕고래 논쟁의 핵심은 ‘실패했느냐’보다 불확실성을 어떤 숫자와 절차로 다뤘느냐에 있다
대왕고래 사업을 둘러싼 논쟁에는 서로 다른 문제가 한꺼번에 섞여 있다. 첫 시추가 경제성 있는 자원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지질학적 결과, 7개 유망구조의 최대치를 합한 140억 배럴이라는 숫자의 전달방식, 탐사일정을 정한 정책판단, 용역업체를 선정한 계약절차는 각각 다른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
첫 번째 역사인 초기 석유산업은 탐사가 본질적으로 불확실하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땅속을 직접 확인하려면 시추가 필요하고 실패한 시추도 다음 탐사에 정보를 남길 수 있다. 그러므로 첫 시추의 실패만으로 모든 탐사를 낭비라고 규정하거나, 반대로 자원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비용을 정당화하는 것은 모두 충분하지 않다.
두 번째 역사인 1882년 일본 지질조사소의 설립은 근대국가가 왜 지질정보를 공공 인프라로 다루기 시작했는지를 보여 준다. 큰 자원사업일수록 특정 전문가의 전망만이 아니라 장기간 축적된 자료와 여러 분석자의 검증을 통해 불확실성의 범위를 공개할 필요가 있다.
세 번째로 로마의 비파스카 광산규정과 미국의 티포트 돔 사건은 공공자원을 다룰 때 절차가 왜 독립적인 가치가 되는지를 보여 준다. 자원개발의 결과가 좋든 나쁘든 권한을 어떤 경쟁과 기준을 통해 민간업체에 부여했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공공의 신뢰가 유지된다.
특히 숫자를 읽을 때에는 세 가지를 구분해야 한다. 탐사성공확률, 발견됐을 때 존재할 수 있는 자원량, 그리고 실제로 경제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매장량은 같은 개념이 아니다. 성공확률이 낮은 구조에서 큰 자원량이 추정될 수도 있고, 석유가 발견돼도 개발비가 지나치게 높으면 상업성이 없을 수 있다.
0.000218%라는 숫자도 마찬가지다. 감사 결과에서 이 값은 7개 유망구조가 모두 성공해 최대 140억 배럴이라는 낙관적 시나리오가 성립하는 조건과 연결된다. 이를 개별 유망구조 하나의 탐사성공확률이나 사업 전체에서 자원을 하나라도 찾을 가능성과 동일하게 읽으면 확률의 의미가 달라진다.
좋은 자원정책은 낙관을 없애는 정책도, 실패를 허용하지 않는 정책도 아니다. 실패할 수 있는 과학적 탐사를 허용하되 그 확률과 비용을 정직하게 설명하고, 새로운 정보가 나오면 계획을 수정하며, 계약과 검증 과정은 결과와 무관하게 추적할 수 있게 만드는 정책이다. 대왕고래 논쟁은 땅속 자원을 찾는 기술의 문제인 동시에 불확실한 국가사업을 어떻게 결정하고 설명할 것인가라는 행정과 민주주의의 문제이기도 하다.
배경지식 참고
- 한국석유공사, 「대왕고래 구조 탐사시추 작업 종료」 및 관련 보도설명자료, 2025 · 첫 탐사시추의 진행과 가스징후, 경제성 판단, 7개 유망구조의 관계를 구분해 이해하기 위한 공식 자료.
- 감사원, 「동해 심해 가스전 사업 관련 공익감사청구」 감사 결과, 2026 · 최대 140억 배럴 추정치의 산출 방식과 사업 추진·계약 과정에 대한 감사내용을 이해하기 위한 자료.
- Drake Well Museum and Park, Pennsylvania Historical and Museum Commission · 1859년 에드윈 드레이크 유정과 미국 근대 석유산업의 출발을 이해하기 위한 공식 역사자료.
- Geological Survey of Japan, AIST, “About GSJ” · 1882년 설립된 일본 지질조사기관의 역사와 국가 지질정보 구축의 역할을 이해하기 위한 공식 자료.
- Geological Survey of Japan, 지질도·보고서·데이터베이스 자료 · 공공 지질정보가 광물자원 탐사와 국토관리, 재해연구의 기초자료로 축적되는 방식을 이해하기 위한 자료.
- Lex Metalli Vipascensis(비파스카 광산규정) 및 Almudena Orejas, “Aspectos técnicos y organización del trabajo en la Lex Metalli Vipascensis” · 로마제국 광산지대에서 채굴·사업권과 세금, 작업질서를 규정한 제도의 성격을 이해하기 위한 고대사 자료.
- U.S. Senate Historical Office, “100 Years Since Teapot Dome” · 1920년대 미국 해군 석유비축지의 비공개 임대와 상원 조사, 공공자원 계약과 의회 감독의 중요성을 이해하기 위한 공식 역사자료.
- U.S. Senate Historical Office, “Senate Investigates the Teapot Dome Scandal” · 경쟁입찰 없는 석유비축지 임대와 의회조사가 미국의 공공신뢰 문제로 발전한 과정을 살펴보기 위한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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